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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변화들

새빨간꿈 2012. 6. 7. 12:53

 

무엇보다 몸이 부쩍 무거워졌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걷고 움직이는 편이었고, 그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이젠 좀 무리다 싶은 느낌이 든다. 아침 저녁으로 좀 붓고, 밤에 잠을 잘 못잔다. 몸 속의 생명이 커 갈수록 내 몸이 부대끼는 거겠지. 그래도 오래 갈 괴로움은 아니다, 싶으니 참을 만하다. 임신 초기 입덧은 언제 끝날지 몰라서 허둥댔는데, 원하지 않고 예기치 못한 몸의 고통에도 마음이 조금씩 적응을 하는 것일까. 힘들지 않게 낳으려면 많이 걷고 움직여야 한다는데, 일단은 종강부터 해두고 본격 운동에 돌입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종강은 다다음주 월요일. 그 때까지 얌전히 뱃속에서 쑥쑥 자라기만 해주렴. 물론, 내가 원하는대로만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자꾸 까먹는다. 이걸 호르몬의 영향이라고도 하는데, 내 생각엔 요즘 내 머릿 속이 무지 복잡해서인 것 같다. 새 식구 맞을 준비(여기엔 물품 구입에서 부터 집 정리, 출산 준비물 싸두기까지 포함됨), 종강까지의 자질구레한 일들, 몇 가지 모임을 갈무리하는 일 등등. 마음이 분주하다. 마치 몇 달간 먼 곳으로 휴가(?) 떠나는 사람의 상태랄까. 그러다보니 자꾸 잊어먹고 잃어버린다. 약속도 까먹고, 하기로 한 일도 깜빡하고, 어제 저녁엔 필통을 찾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어서 심란했는데, 오늘은 수첩이 어디로 갔는지 안보인다. 가만 되짚어보니, 그저께 혼자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 두고 온 것 같았다. 전화해서 확인해보니 맞다. 오늘 오후도 동분서주 바쁜데, 그래도, 식당에 들러 찾아야지...

 

덥다. 물론 요즘 날씨가 워낙 덥지만, 평소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느낌이다. 간밤엔 몸에서 열이 확확 나서 창문을 열어두고 창문 근처에 가서 잤다. 그래도 더워서 선잠을 자다말다. 출산 후에도 이렇게 더우면 어쩌나 겁이 덜컥 난다. 긴팔 옷, 긴바지 입고 차가운 것도 못먹는다는데. (그러니 미리미리 아이스크림과 팥빙수를 먹어둬야겠다...ㅋ) 그래도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 듯 하다. 그렇게 견디는 것에,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있을지, 생명에 대한 경이가 있을지, 아니면 그저 살아가는 일에 대한 관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왠지 그냥 자신감이 생긴달까. 지금의 이 변화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마냥.

 

창을 열어두니 그래도 바람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선듯선듯 불어들어온다. 그래서 땀을 또 씻어내고, 내일 수업 준비와 오늘 저녁에 있을 법회 준비를 할 힘을 준다. 컨디션이 짱짱하지 않으니 차분해서 좋고, 이만큼이라도 움직이고 생활할 수 있으니 사부작 사부작 출산 준비와 휴가 준비(?)를 할 수 있으니 다행. 생각해보면 다 다행이고, 모두 감사할 일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