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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일기, 폴더를 만들었다.

기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낮, 아기가 안자고 많이 울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잠투정을 달래서 겨우 재워놓으면 금방 깨곤 하는 걸 반복해서

점심을 챙겨먹을 시간이 없을 지경이었다.

낮엔 젖먹이기와 재우기를 분리시켜야한다는 육아 방법을 따르기로 했지만,

오늘은 그걸 지키는 게 무리인 것 같아서, 

젖 물려 재우고 수유쿠션에 누워있는 채로 아기를 마루 한쪽에 둔 다음,

얼른 밥을 챙겨먹었다. 그 시각이 오후 세시반쯤.

그 전까진 마음이 전쟁터였는데, 먹고 나니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아기가 자고 일어나는 시간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아기 마음인 걸.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라는 너그러운 마음이

후다닥 밥을 먹고 나서야 생겨난 것.


아기는 참 이쁘다.

늘 좋은 냄새가 나고 (심지어 목욕을 건너 뛴 어제도!) 사등신쯤 되는 외모도 너무 맘에 든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모습도 기특하다. 옹알이가 늘어서 노래하듯 중얼거리고,

오늘은 제법 또랑한 눈빛으로 나와 눈을 맞추고 표정으로 반응을 한다.

그런데, 24시간 내내 아기의 이쁜 모습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잠투정으로 징징대고 얼굴이 빨개져서 막 울어재낄 때,

아기가 나를 괴롭게 하려는 존재로 여겨지거나,

내가 아기를 편안하게 해줄 수 없는 무력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아기는 더 운다. 

이렇게 잠재우기가 길어지고 나도 아기도 기진맥진하게 될 때쯤 드디어 아기는 잔다.

내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전을 하려면 아기가 자는 틈에 뭘 먹고 쉬고 기분전환도 해야하는데

오늘처럼 자는 시간보다 보채고 우는 시간이 더 길면, 나는 지친다.




이런 날에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언제까지 이래야하나 절망적인 생각이 막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