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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 +148] 유난히 힘든 날

새빨간꿈 2012. 12. 4. 23:59


정오쯤, 독감 주사를 맞으러 동네 병원에 다녀왔다. 오전에 강의를 하고 온 동거인이 아기를 잠깐 봐주는 사이.
매섭게 추운 날씨. 그런데 날이 너무 맑아서 좋은. 토론토의 겨울 날씨도 슬쩍 떠올랐고, 간만에 혼자 나와서 걷는 것도 좋았고.
주사를 맞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디 까페에 가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은 기분이 슬며시 들었다.
그런데 아기를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다. 동거인은 논문 막바지라 일분일초를 아껴써야하고, 아기를 맡길 만한 가족들은 너무 멀리 살고.

이 때부터, 아 힘들다, 지금의 내 상황,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마침 오늘 아기는 무지 안자고 칭얼거렸다. 
낮잠을 삼십분도 안자고 깨고, 잠을 푹 못자니 컨디션이 안좋은지 계속 안아달라하고.
그런 아기와 열시간 넘게 낮과 저녁을 보내니 나는 더 기운이 빠져갔다.
그리고 종일 아기 말고는 대화상대가 없는 것도 참 외로웠다.
아 힘들다, 정말 힘드네, 아아.

열한시 다돼서 아기는 잔다. 젖 먹다 잠든 아기를 보니 괜히 측은하고 미안하다.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엄마와 하루를 보낸 아기. 니도 오늘 힘들었겠다, 싶어서.
그 미안함이 또 마음에 걸려서 몇 자 끄적여보네.

배도 고프고 피곤하고 졸린데, 우선은 잘란다.
자고나면 에너지가 좀 채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