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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랑 보내는 시간은 내가 이전에 보내던 시간과 많이 다르다.

몇시 몇분 정해져있는 게 없고, 오직 아기의 리듬에 맞춰서 흘러간다.

물론 대략적인 시간의 덩어리는 있다.

젖은 세시간쯤에 한 번 정도 먹고, 잠자고 일어나 두시간쯤 뒤면 졸리기 시작하고,

오후 아홉시에서 열한시 사이에 밤잠을 자고, 밤엔 두세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젖을 먹는다.

아기가 이렇게 먹고 자고 하는 동안 나는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기저귀 갈고

같이 놀고 안아주고 업거나 안은 채로 집 안을 걸어다닌다.

아기가 혼자 노는 짧은 시간동안 나는

설거지나 빨래, 화장실 다녀오기, 집안 정리 등을 하고 밥도 샤샤샥 먹어야 한다.

아기가 자는 (비교적) 긴 시간동안 나는

옆에서 같이 자거나 (밤잠을 길게 이어서 못자기 때문에 낮에 잠을 보충해야한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 준비를 하거나

사야하는 물건들 인터넷 쇼핑을 한다.

아 맞다, 페북도 하고 이메일 확인 등도 아기가 잘 때 잠깐씩.

 

아기의 요구에 맞춰서 흘러가는 시간이 처음엔 너무너무 답답했다.

내 마음대로 내 시간을 써오며 살아왔던 습관이 깊게 남아있어서,

때로 아기와 보내는 시간이 감옥 같았다.

백일 전이었던 언젠가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감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서 헉, 하고 당황했다.

해야할 일, 하고싶은 일을 그때그때 하지 못하는 게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아기가 자면 허둥지둥 오히려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힐 때도 많았다.

지금도 가끔 답답함이나 불안감이 몰려올 때가 있지만, 처음에 비하면 많이 익숙해졌다.

아기와 둘이 있는 작은 집과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평화롭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깐.

 

이렇게 조금씩 익숙해져간다는 게 다행이다.

이 시간의 흐름에 적응해가는 내가 때로 대견하다.

아마 이 익숙해짐의 과정에는 아기와의 교감 같은 게 크게 작용할 거다.

봐도봐도 이쁜 아기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니

힘들어도 적응하고 익숙해지고 그러는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이 시간들이 그리워질 거다, 분명히.

특별히 해야할 일도, 약속도 없이 매일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무지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시간의 질을 다르게 경험하고 있는 요즘의 내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고.

 

아기와 눈을 맞추고 아기 냄새를 맡고

아기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딩굴대며 장난치고 같이 까르르 웃고 

소로록 같이 잠드는 이 시간들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다.

때로 외롭기도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