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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2 19:44
[+2] 이제 곧 마흔 여덟시간이 된다. 근데 제법 긴 시간이 흐른 느낌이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를 타고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을 내려가는 듯한. 아무리 완만해도 속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다. 지금의 속도를 즐겨야하는데 자꾸 겁을 집어먹는 것 같다.
2012/07/14 11:08
[+4] 지독한 활자중독. 누군가에게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것. 두려움이 현재를 덮치는 일. 숲과 바다.
2012/07/15 18:27
[+6] 51.5kg/ 3.07kg.
2012/07/17 06:44
[+8] 8일째날 아침. 내 몸에서 달큰한 젖냄새가 난다. 늘 그리웠던, 바로 그 엄마 냄새.
2012/07/18 13:51
물론, 젖냄새보다 더 압도적인 건, 땀냄새지만....;;
2012/07/18 13:52
[+10] 50.6kg/ 3.24kg
2012/07/18 14:48
집에 가고싶다. 어쩌면 집 곳곳에 흘려두고 온, 과거의 나를 찾아보고 싶은지도. 지난 열흘 간 많은 것들이 휘리릭 변해버렸다고 느끼고 있는 것같다.
2012/07/21 19:19
[+13] 지금 있는 조산원 바로 옆은 부천시청이다. 오늘 개막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덕분에 창밖 분위기가 술렁댄다. 북소리, 브라스밴드 소리, 사람들의 함성. 열어둔 창으로 초저녁임에도 더운 공기가 훅 기어들어오기도 하고. 왠일인지 아기는 오늘 많이 잔다. 내일이 퇴원이라 내 마음도 괜히 싱숭댄다. 십사일 전 새벽 둥글게 부푸른 배를 안고, 진통으로 괴로워하며 여기 들어왔던 이후 처음으로 바깥에 나간다. 아마 이전의 공기와는 달리 느껴질 것 같다. 뱃속에 있던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우리집으로 간다니. 마늘과 쑥만 먹으며 동굴에서 백일을 견뎠던 곰처럼, 당분간은 집에서만 머물러야하겠지. 그래서 내일은 달디단 외출이 될 거야. :)
2012/07/29 18:26
[+21] 오늘로 삼칠일이 채워진다.
24시간을 아기와 붙어있으니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해지고 있다.
달큰한 젖냄새와 시큰한 땀냄새.
꽃처럼 아름다운 시간들이지만, 여름은 참 길다.
2012/07/29 18:56
24시간 붙어있어도 보면 볼수록 이쁘다.
봐도봐도 또 보고싶다.
2012/07/31 21:18
[+23] 아기는 삼칠일을 자축하는 나를 비웃는 듯, 간밤에 엄청 울고, 새벽엔 잠 안자고 징징댔다. 삶은 그리고 세상은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 요즘의 나에게 딱이다. 이런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여름도 언젠간 지나가겠지. 그리고 오늘, 아기는 드디어 이름을 얻었다. 은규, 빛나는 별. 은규야, 오늘밤도 잘 부탁해.
2012/08/05 01:59
[+28] 집으로 돌아와 보낸 2주. 하루하루가 더디게 흘렀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시간이 휘리릭 지나가버린 것 같다.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를 끊임없이 걱정했던 시간들. 아기의 똥, 아기의 잠, 아기의 밥, 아기의 움직임, 아기의 체중.... 아기의 모든 것이 문제꺼리가 됐던 순간들. 그간의 성과가 있다면, 아기에게 별 문제가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키우면 된다,는 작은 믿음이다. 잘 먹고 자고 싸면 괜찮다,는 것. 수많은 육아서와 인터넷 정보들이 알려주는 평균과 보통과 일반적인 경향의 범위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큰일 나는 것은,아니라는 것.
최근 며칠 동안은 이 더위와 밤중 수유와 저녁 무렵의 아기 울음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아득해서 막 도망치고 싶었다. 오늘 저녁에 문득 알겠더라. 남은 기간은 이제까지의 시간들보다 어떻든 수월해질 거라는 사실을. 그러니 견디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즐기며, 어깨 힘 빼고 히히덕대며 고고씽.
2012/08/11 23:51
[+34] 몸과 마음이 지치는 날이다. 어젠 아기가 잘 놀고 잘 자줘서 같이 낮잠도 두어번 자고, 저녁 무렵엔 혼자 산책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종일 아기가 잘 안자고 보채는 바람에 많이 안아주고 달래느라 팔도 어깨도 등도 아프다. 무엇보다 이런 날엔,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이어질까 , 까마득해지면서 마음도 지치는 것 같다. 이제서야 깊은 잠에 든 아기를 눕혀놓고 생각해보니 길어야 두시간 반 뒤면 젖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워야하는구나... 얼른 샤워하고 나도 눈 붙여야지, 하고 마음이 급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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