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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6 23:08
[+69] 이틀에 걸쳐 건축학개론을 봤다. 아기가 온 후 처음 보는 영화.^^ 이제 이 생활에 적응이 됐구나, 싶다. 그동안 너무 긴장해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낮에 문득 아기가 없는 내 생활을 상상해봤는데 좋지만은 않더라. 자유롭게 어디든 다니고 여유있게 먹고 자고 입고 놀고 싶기도 하지만 아기를 돌보며 지내는 이 생활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 몸이 조금만 더 적응을 하면 더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될까. 아기가 내 마음을 몸을 변화시키고 있다. 짧은 시간, 강렬한 힘으로.
아기는 무럭무럭 자란다. 옹알이도 제법 다양한 목소리로 하고 방긋방긋 잘 웃고 목도 좀 가누고 허라와 다리에 힘도 생긴 듯. 낮에 잠투정 하는 건 여전하지만, 밤잠을 안정적으로 자주는 게 고맙다. 매일매일 이쁜 짓이 늘어서 그 모습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요즘.
2012/09/18 22:30
[+71] 으악 피곤해. 마음처럼 몸도 얼른 이 생활에 적응하길! 얼른 자야겠슘.
2012/09/20 23:25
[+73] 아기가 참 이쁘다. 이쁘다,라는 형용사를 이 때 쓰라고 배운 것처럼. 눈 맞추며 웃고 노래하듯 옹알이를 하고 두눈 질끈 감고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울고 똥을 싸놓고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졸리면 내 가슴에 폭 기대서 막 얼굴을 비비고 산책을 나가면 까만 눈을 똥그랗게 뜨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댄다. 아기가 가진 이 갖가지 모습들과 소리들 냄새들과 촉감들을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많이 접하고 누리고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부르는구나, 싶다. (물론 늘 잠은 부족하고 손가락 손목 팔 다리 무릎 허리 등 어깨 등등의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아, 좋다. :)
2012/09/23 23:27
[+76] 은규 데리고 셋이서 버들골 산책하고 비비고 가서 점심 먹었다. 첫 외식! 다행히 의젓하게 굴어주신 은규님.ㅋ 70일 지나고 나서부터, 아기띠 매고 은규랑 십오분씩 집 주변을 산책하고 있는데, 오늘은 엄청 멀리 가서 오래 있다가 온 셈이다. 오십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은규랑 학교 순환도로 갔던 게 기억났다. 그 땐 정말 더 작고 연약했는데, 참 많이 자랐구나, 우리 아기. :) 아기가 자라면서 더 단단해질 수록 아기와 갈 수 있는 곳의 범위가 늘어날 것이다. 아기를 낳은 이후, 한없이 좁아진 나의 활동반경과 시야도 점점 넓어지겠지. 그 날들이 기대된다. 물론 지금 이 좁은 집안을 빙빙 돌며 아기와 둘이서만 지내는 시간도 충분히 좋지만. 내 마음의 긴장이슬슬 풀리고 나도 은규도 은규아빠도 조금씩 자라는 이 시간들이 좋다, 감사하다.
2012/09/26 23:26
[+80]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다, 손목도. 70일즈음부터 생긴 증상인데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흠.
2012/10/04 22:07
[+87] 칠박팔일의 긴 여행을 마치고 귀가. 그런데 아기가 자꾸 운다. 재워놓고 좀 있으면 자다가 소리를 빽 지르면서 울기 시작해서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어디가 불편한 건가, 울음을 달래며 아기에게 물어보지만 아기는 말할 수 없다. 아기는 계속 울고 나는 막막하다. 다만 아기가 좀더 편해질 수 있도록 이렇게 저렇게 애써볼 뿐. 젖을 먹이고 눕히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을 이리저리 딩굴댄다. 쮸쮸 먹고 나니깐 기분이 좀 좋아졌어? 하면서 누운 채로 아기를 안고 등을 토닥이니 어느새 잠이 든다. 엄마 품에서 오래오래 자고 싶었던 걸까. 얼른 씻고 아기랑 긴밤을 함께 보내야지. 이렇게 하루가 간다, 금쪽 같이 소중한 나와 아기의 하루.
2012/10/07 23:03
[+90] 오후 내내 안자더니 밤잠 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어른도 너무 피곤하고 졸리면 잠이 쉬이 잘 안드는 것처럼 아기도 그런 걸까. 온힘을 다해서 우는 아기가 도저히 달래지지 않아서 젖 먹여서 재웠다. 울다지쳐 젖도 얼마 못먹고 쌕쌕 자는 아기. 1년 전 오늘은 논문 종심이 있던 날. 아마 이즈음 은규가 내게로 왔지 싶다. 깊어가는 가을, 아기와 만난 일년 전, 그 땐 이런 오늘을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겠지?ㅋ 아그 피곤하다. 맘도 같이 지칠 뻔 했는데, 자는 아기 보니까 평화가 다시 찾아오네. 얼른 니 옆으로 가서 누울께. 자자, 엄마랑, 단꿈꾸면서.
2012/10/12 00:18
[+94] 낮엔 잘 놀고 잘 자던 아기가 밤에 좀 많이 을었다. 졸린 것 같은데 잠은 쉬이 들지 않고 뭔가 불쾌하거나 불편한 일이 있은 것 같은데, 우는 이유를 정확히 잘 모르겠더라. 안고 달래며 이렇게 울고있는 니 마음은 얼마나 답답하고 막막할까, 싶었다. 그저 꼭 껴안고 손을 만져주고 위로가 되는 말들을 하며 서성일 뿐. 오늘은 강의가 있는 날이라 무지 피곤해서, 아기가 일찍 자주면 나도 그 옆에서 푹 자고싶다, 했는데, 평소보다 더 늦게서야 잠이 든 아기. 근데,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가볍네. 얼른 아기 옆에 누워야겠다.
2012/10/16 22:44
[+99] 좀더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법을 연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났다. 그동안 아기만 자라온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다행. 몸은 너무 피곤하지만 너와 함께 하는 이 순간들이 참 좋다, 고마와. 이 순간들을 허락해주신 모든 신과 천지만물 일체중생에게 고맙습니다.
2012/10/21 09:12
[+104] 간밤에 많이 깨더니 아침 젖 먹고 소로록 잠이 드는 아기. 작은 손 작은 얼굴 작은 몸의 아기를 들여다보니 예쁘단 말이 절로 나온다.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좋다, 참.
2012/10/24 23:14
[+107] 이젠 제법 물건을 손에 쥐고 입까지 가져가서 쪽쪽 빤다. 두 손을 이용해서 토끼 딸랑이의 귀 부분을 입으로 가져가기까지! :) 매일 매순간 자라고 있다는 게 놀랍고 이쁘다. 내 품에 안기면 두 팔을 내 목에 두르고, 옆에 같이 누우면 내 얼굴과 머리카락을 만지고 좀 멀리서 이름 부르며 눈을 맞춰도 상긋 웃는다. 아기와 보내는 시간들이 점점 더 매력적인 순간들로 채워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종종 아기 옆에서 멀고 가까운 미래나 과거에 사로잡히곤 한다. 긴 하루가 지겹기도 하고 해야할 일들을 못해서 안달나기도 하고. 아기처럼, 아기와 같이, 순간을 사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익히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예전의 불안과 우울을 안고 있기도 하다. 지금 내 모습은 이렇다.
2012/10/26 23:16
[+109] 똥을 일곱번이나 쌌다. 장이 안좋은가봐. 어제 막걸리 두모금 마신 거 때문인가, 싶지만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 장도 튼튼해지겠지, 하고 내일을 믿어본다. 첨으로 유모차 끌고 낙성대 공원에 마실 나갔다왔는데, 아기 엄마들이 참 많더라. 우리 아기는 첨엔 점 긴장한 듯 하더니 나중엔 좀 지겨워하기도. 잠은 오는데 안자려고 바둥대는 아기를 겨우 재웠다. 나도 얼른 자야지 하는 마음과 왠지 놀고싶은 마음이 반반. 이래놓고도 아기 옆에 누우면 금새 잘 거면서.ㅋ 손가락은 좀 나아진 듯 한데 왼쪽 무릎이 여전히 아프고 어깨와 등, 허리는 돌아가면서 아프다. 그래도 전반적으론 몸상태 괜찮음. 이렇게 적응하는구나, 싶다. 아, 그리고 진짜 신기하게도 백여일 전의 진통이 잘 기억이 안난다. 허걱. 모유수유할 때 나오는 옥시토신 때문인가, 아님 건망증? 암튼 진짜 신기함.ㅋㅋㅋㅋ
2012/10/27 05:08
[+110] 가끔 이시간에 깬다. 아기 젖먹이고 화장실 갔다가 잠이 호로록 달아나버리곤 해서. 오늘은 마루에 오도카니 앉아있으니 빗소리가 들린다. 비오는 가을 새벽. 좋구나. :) 아기를 믿어주는 것, 아기의 성장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 다른 아이와, 평균의 속도와 비교하지 않고 지금 내 눈 앞의 아기를 있는 그대로 보고 그 리듬에 맞춰 같이 가는 것. 이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백일 남짓 지나는 시간동안. 잊지 않으려고 이 새벽에 써둔다.
2012/10/28 10:07
[+111] 다음주 토요일 발표를 위해 아기를 양에게 맡기고 발표문 작성 중. 아기를 돌보면서 공부라는 걸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구나. 초점이 분산된다고 해야할까. 일주일에 한 번 강의 나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베이비시터에게 아기 맡기고 공부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러면서도 올라오는 욕망들을 본다. 뭔가 깊이 생각하고 쓰고 여유있게 읽고 싶다는 마음과 공부와는 관계없이 소설이나 육아서만 주구장창 보면서 좀 단순해지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뭔가 다른 여자들과 모여서 모의해보고싶다는 욕망. 다들 익숙한 마음들이다.ㅋ 얼른 발표문 완성하고 아기랑 놀아야지. 아니 아기를 돌봐야지.
2012/11/02 00:07
[+115] 강의가 있는 날이라 초저녁부터 졸렸는데 아기는 이제사 잠이 들었다.
2012/11/02 22:56
[+116] 괜찮은 뷔페 가서 실컷, 맛난 거 먹고싶다. 배고프고 졸린 밤. 아기는 아직 안잔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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