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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록산나 선생님 장례식이 토론토에서 있던 날.

간밤엔 문득 선생님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홀연히 여길 떠나는 것 같다.

엄마가 가시고 나서도 아주 자주 이렇게 믿어지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어떻지? 아직도 꿈 속에선 엄마가 여전히 내 곁에 계시는 걸 보면,

여전히 그 당황스러움 속에 있는지도.


토론토에서 안젤라가 페북 쪽지로,

록산나 샘 돌아가신 거 알어? 샘 연구실 청소하러 갔는데 니가 샘한테 쓴 카드가 있더라,

라고 했다. 그 쪽지를 한참 들여다보며, 쓸쓸해졌다.

이 세상을 떠난다는 건, 자신 앞으로 온 카드 따위를 두고 가는 일인 거 같아서.


오늘, ㅅㄴ언니가 일욜마다 일한다는 까페에 놀러갔다.

고즈넉한 일요일 오후, 언니를 만나 생기를 얻었다.

이야기와 시간을 나눈 것만으로.

아기가 언니네 까페서 잘 놀고 언니랑 눈 맞추며 잘 웃어서 더 좋더라.

어제까진 죽을 것처럼 힘들던 나도 생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내가 그녀 앞으로 쓴 카드는 그렇게 남겨지고

나는 오늘 또 새로 살아갈 힘을 얻고.

사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뭐 이런 것 같아서,

좀 안도감이 드는 밤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