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2-, 엄마 일기

[ +202] 아기야 아기야

새빨간꿈 2013. 1. 27. 23:32


아기는 밤엔 여전히 두서너번 깨지만, 수면의식을 한 뒤론 밤에 비교적 쉽게 잠이 든다.

오늘은 아홉시 반 넘어 수면의식 시작하고 삼삽분 안돼서 폭 잠이 든다.

근데 재밌는 게 반드시 사십분 안에 한 번 깬다. 그 때 다시 재우고 나면 밤잠 시작.


재우느라 아기랑 같이 누워 뒹굴대다가, 

두께가 좀 있는 라텍스 침구 위에서 아기가 떨어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기 몸은 러택스 위에 있고, 

얼굴이 침구 아래쪽으로 쿵 부딪힌 것.

아기는 아앙 울고 놀란 나는 아가를 안아들고 달래고.

이삼분 울던 아기는 금새 다시 웃었지만 

놀란 내가 오히려 진정이 안돼서 한참을 아기에게 묻는다,

괜찮어? 괜찮어? 아기야 괜찮아?

다행히 다친 곳 없는데도 이렇게 놀라고 마음이 아프다.

대체 이 조그만 존재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있는 건지.

신기하면서도 겁이난다.

누구말처럼, 아기는 나를 많이 웃게 해주지만,

그만큼 울게도 하겠지. 그 아픔의 시간들이 미리 두려워

마음이 서성대는 밤.


누군가 혹은 하늘이 나에게 이 생명을 주셨다고, 

임신 기간 내내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아기를 잉태한 것을 설명하기 어려워서.

내 삶에 아기가 등장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나는 다만 

이 존재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뿐.

그냥 매일매일을 아기와 함께 살 뿐.

이상하게 이런 무력함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