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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끄적끄적

새빨간꿈 2013. 2. 17. 23:52

 

1. 꽃무늬 외투를 입고 싶다. 누빔 원단으로 된 것도 좋고 아니라도 좋고. 온라인 샵에서는 잘 못찾겠다. 네 다섯시간 명동이나 홍대 앞을 누비고 다니던 시절이 그립네.

 

2. 간밤 꿈에 파아란 바다가 나왔다. 때로 내 꿈에 등장하곤 하던, 푸르고 깊고 차지 않은 바다가 아니라 정말 코발트 빛깔의 바다. 멀리 수평선을 보면서 아 좋다, 했던가. 오늘은 만(灣)에 접해있다는 한 작은 마을 고즈넉한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꿈 속에서와 달리 왠지 피로하고 오고 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돌아와서 아기랑 길게 잤다. 간만에 낮잠을 곤히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저녁. 어렸을 적엔 낮잠 자고 일어나 깜깜해져있으면 왠지 울고싶었는데. 우리 아기는 오늘 어떤 기분으로 깨어났을까.

 

3. 이제 수요일이면 컴백홈. 길다면 긴 시간, 착하지만 강단있는 며느리 코스프레 하느라 애썼구나, 싶다. 남은 며칠이라도 그냥 좀 편하게 나를 드러내보자, 오늘 저녁 긴긴 설거지를 하며 다짐을.ㅋ

 

4. 부계혈통 중심의 가족 안에서 아내-며느리-엄마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철저히 '자기가족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에 몸과 마음을 물들여가는 일인 것 같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일들이 생기고 그 안에서 참고 협상하고 타협하고 저항하면서 살아가는 그 많은 여자들을 가볍게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지독하게 자기가족중심적이라는 것은 사실인 듯. 문제는 이 여자들이 다른 여자들을 차별하고 상처주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자녀와 남편 혹은 가족 전체에 대한 사랑의 발현으로 여긴다는 거지. 아오, 정신차려야지.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 아기까지 낳고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되고 있는지도. 휴.

 

5. 다시 읽어보니, 4번 이야기를 하고 싶어 끄적끄적 했던 거구나, 싶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