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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만났던 어떤 사람의 화법이 기억난다.
하고싶은 말을 참 담백한 표정과 어투와 목소리로.
반가워, 한마디에 담긴 진심이 바로 느껴진달까.
꾸미지않은 그 방식이 오히려 마음에 더 전달이 되는 듯.



연어초밥과 데친 꼬막으로 저녁을 거나하게 먹고
아기 이유식도 제법 많이 먹이고 내 체력은 고갈.
열시 좀 안돼서 아기 재우면서 나도 곯아떨어졌다.
낮에 아기랑 산책 삼아 다녀온 텃밭은 온통 작은 풀들.
작지만 반짝이는 그 생명력이 내 안 어디엔가도 있겠지.

낮에 들렀던 까페에서 문득 다음 연구는 가난과 관련이 있겠다 싶었다.
다시 연구라는 걸 하게 되긴 할까, 의심이 들긴 하지만.ㅋ 

허름한 옷에 오래된 모자, 대충 세수하고 나간 내 몰골이

세련된 사람들 가득한 까페에서 자각되던 순간, 창피해서 움츠러들었다.

내 가난을 들킨 기분이랄까.

작아지고 보잘 것 없어지는 순간들이 가난의 경험의 핵심 아닐까.

내 경우엔 그 작아지는 나를 버티게 해준 게 바로 내 가방끈이었던 거 같다.

여러모로 가방끈,은 내 인생의 화두인 것 같긴 하다.ㅋ



봄이 오고 있다. 올봄에 하고싶은 일들을 리스팅 해놨는데,

그제부터 피어오르고 있는 우울의 기운들이 계속 뻗쳐주신다면

아마 리스팅 자체도 우울의 이유가 될 듯.

초저녁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 이 우울과 어두움을 기록한다.

봄이 오고 있는 이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