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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가 끝나간다. 오전에 아기가 작은 박스 위에 올라가 놀다가 머리가 바닥에 꿍하고 넘어지면서 다쳤다. 액자 뒷쪽 나무 조각에 오른쪽 이마가 주욱 긁혔다.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다가 눈썹 위쪽으로 난 상처를 보고 너무 놀란 나는 우리 아기 어떡해어떡해 하며 울었다. 병원에 달려가니 다행히 상처는 안깊단다. 곧 나을 것 같지만, 내가 다녀온 곳은 분명 지옥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지옥에 있는 건지도 모르고.
샤워하다가 아기 상처가 생각 나 속이 상한다. 아프지 않아도 될 것을, 내 잘못으로 아프게 되어서 미안하고 속상하고 나도 아프다. 아기가 박스 위에 올라가 노는 걸 옆에서 나는 봤는데, 얼른 아래쪽으로 내려놓지 않고, 걸레질 하면서, 곧 내려오겠거니 했다. 전에도 몇 번 올라가서 놀다가 내려온 적이 있었고, 무엇보다 내 할일 많다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정말 눈깜짝할 새에 내 눈 앞에서 꿍 하고 넘어지는 아기. 그리고 상처. 아, 다시 생각해도 지옥 같아. 괴로워.
앞으로 아기가 더 여러번 아프고 다치겠지. 나도 앞으로 여러번 아기에게 그렇게 하지 말껄 하는 행동을 하게 될 테다.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고 아기도 다치며 자랄테니. 그런데 내 실수가 아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면 어쩌나, 아기가 오늘보다 더 많이 다치면 어쩌나, 겁이 난다. 처음으로 엄마로서 사는 일이 겁난다. 아기에게 일어날 모든 일을 나는 통제할 수 없는데, 그것 때문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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