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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박사 일기

일터에서의 아침

새빨간꿈 2013. 9. 23. 09:39

 

월요일 출근길엔 마음이 언제나 바쁘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내려서 또 걸어야하는 긴 출근길,

마음이 내 생각보다 훨씬 동동거린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겠다.

버스에서 내려 일터까지 오는 십분 정도의 시간,

이건 오롯이 내 것인데도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반야심경을 하며, 관세음보살을 외며, 겨우 지금 발끝과 내 호흡에

의식을 가져와본다.

 

사무실에 헐레벌떡 도착하니 부서 사람들은 아침 티타임을 갖고 있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늘 일찍 출근해서 차 한 잔 같이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이 부서의 문화.

아, 알겠다. 이 문화에 동참해야지, 하는 압박이 내게 있었구나.

그래야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직장생활도 잘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있었구나.

그치만 오늘도 동참은 실패.ㅋ

어색하게 긴 연휴 다녀온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며, 약간 불편해진 내 마음.

나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편안해지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요즘에야 받아들이고 있다.

괜찮아, 아기에게 하듯이 나를 다독여준다.

 

커피 한 잔 만들어서 자리에 앉아 직장 내 메신져로 온 쪽지 몇 개 받고

오늘의 to do list 정리.

일 하기 싫은 마음도 좀 있고, 집에 있는 아기와 아기아빠 생각도 조금 하고.

 

"일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참 좋습니다."

늦잠 자고 일어났지만 이렇게 소리내어 이야기하며 삼배를 했다, 오늘 아침.

새로운 한 주 잘 시작하라는 격려 문자도 받았다, 출근길 버스에서.

나는 내가 꽤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이걸 아는 데에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ㅋ)

 

긴 연휴가 지나간 월요일, 일터에서의 아침이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