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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칭얼대서 새벽 다섯시쯤 깼다. 자다가 쉬야를 많이 했는지 기저귀 근처 바지까지 젖어서 잠 못들고 뒤척이는 것 같았다. 젖 먹여 재운 후 잠든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바지를 갈아입힌다. 녀석은 잠결에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까. 영원히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며 아기를 들여다 본다. 그러고 나니 잠이 깨버려 마루로 나와서 오늘 오전에 있을 이야기 모임 관련 논문을 읽고 있었다. 양도 잠이 깼는지 마루로 나오고, 간만에 둘이 딩굴딩굴 얼굴을 마주보고 목소리 낮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고보니 간밤에, 나도 양도 씻지 않은 채 잠이 들었구나. 퇴근 후 나는 나대로 지치고, 그 무렵 아기 돌보는 일에 양도 지치고. 그래서 종종, 아기를 재우기 위해 불 다끄고 세 식구 모두 자장자장 누워있다가 그 상태로 잠이 들곤 한다.

 

둘이 누워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들을 낄낄대면서 했다. 요즘 직장에서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괴롭다 하니, 니가 몰라서 그렇지 너 미워하는 사람 예전부터 많았어, 그러니 한두명 가지고 걱정 마, 하며 낄낄 웃는 양. 나도 따라 웃어버린다. 그러고 나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볍다. 그래, 나처럼 잘난 척 심하고 고집 세고 남 이야기 안듣는 인간을 사람들이 미워하는 게 정상이지, 싶다.

 

낄낄대다가 배도 고프고 잠도 솔솔 와서, 난 조금 더 잘께, 하고 아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밤이 긴 계절의, 일곱시가 되기 전의 아침 기운. 그게 왠지 아늑하게 느껴져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내 기분이 따뜻해진다. 쌕쌕 자고 있는 아기 손 위에 내 손을 포개놓고 스르륵 잠들기. 늦잠 자도 좋은 휴일 아침은 보너스 같다.

 

 

 

 

... 내일 모레까지, 잘 모르는 분야의 연구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주말엔 이사를 해야하고, 감기가 심하게 걸린 데다가 생리까지 시작한 오늘. 모든 게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마음이 삐뚤어지다가, 오늘 아침의 몇 장면을 기억해낸다. 그 장면들의 느낌들이 되살아나서, 배터리 충전되는 것 마냥, 기운이 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