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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박사 일기

[+49] 옥상과 질문

새빨간꿈 2013. 10. 21. 11:48

 

사무실 한 층 위는 옥상이다. 에어컨 실외기들이 있고 시멘트 바닥에 볼품없는 그냥 건물 옥상. 그래도 이렇게 날이 맑은 낮에는 그 옥상도 빛이 난다. 오늘 출근길에 생각했다. 한시간에 한번쯤은 옥상에 올라가서 볕도 쬐고 스트레칭도 하자. 좀전에 올라가 오징어처럼 몸을 말렸다. 과연 좋구나, 선물같은 날씨, 선물같은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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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서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 마음이 늘 종종거린다. 그걸 최근에서야 알겠다. 처음엔 많이 긴장해있었고, 점점 바빠지다가, 요즘엔 바쁘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바쁘다. 하루에 처리해야할 일의 가짓수가 많다. 연구과제를 진행하며 행정적인 절차를 이렇게 많이 거쳐야하는구나. 서식에 내용을 채워넣고, 크고작은 동의절차를 밟고, 전화로 메일로 연락을 하고, 쪽지로 날아드는 작은 일들을 해나가면서, 시간이 훅훅 간다. 정작 진득하게 앉아서 뭔가 읽고 머리를 굴리고 엉덩이로 견디며 글을 써나가는 시간은 비교적 적다. 이런 게 정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의 현실인지. 아직은 지치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런 시간들에 지쳐서 나가떨어질 날이 올 것 같다,고 어제 처음 생각해봤다.

 

나는 왜 이 연구원에 와있는가?

나는 왜 이 연구를 하는가?

이 질문을 하루에 두어번 이상 하지 않으면, 아마 더 빨리 지치겠지.

 

종종 옥상에 가서 해바라기하고, 이 질문들도 던져보기.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