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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여러가지 종류의 일을 한다. 거기엔 소위 '행정업무'라는 일이 있다. 결재서류 만들고 복사하고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연락하고 음료 준비하고 과자 세팅하고 책상 닦고 문구류 준비하는 등등의 일들. 이 일들은 일의 가짓수가 많은데 비해서 잘 쌓이지 않고 무엇보다 업적이나 실적으로 가시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노동을 보이지 않는 노동(invisible labor)이라고 한다.
연구원에서 이 노동은 박사학위가 없거나, 연구조원으로 고용되었거나, 사무처 등의 행정직원들이 한다. 이 일은 연구 과정에서 필수적이지만, 실적과 관련성이 낮고 비교적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치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혹은 가치가 낮은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직급이나 학력이 낮은 사람에게 할당되는 일이기도 하다). 보통은 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박사들은 비박사한테 이런 일 부탁/지시하고, 비박사들은 그 과정에서 상처받거나 불쾌해진다. 보통, 공부하고 글쓰는 일을 좋은 일이라고 여긴다. 특히 자기 이름으로 보고서나 책이 나오고 자기 얼굴 들이밀며 발표하거나 심사하거나 코멘트 하는 일을 선호한다.
꼭 필요한 일인데 가치없는 일로 여겨지는, 보이지 않는 노동. 그래서 직위나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울며겨자먹기로 해야하는 일. 이 일을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다. (이 연구원에서 박사 중에는 가장 junior지만, 어쨋든)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내가 마다하지 않고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효율이나 관행을 내세우지 않고, 보이지 않은 노동을 하면서도 실적과 관련되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해보겠다. 아니 오히려, 자질구레해보이는 이 일들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일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더 좋은 결과(이것이 무엇일지, 얼마나 장기적으로 봐야할지, 어떤 규모의 집단 혹은 조직적 차원에서 봐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이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언젠가 우리가 조직하게 될 연구자 공동체를 운영하는 데에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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