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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고있다. 올해만큼 가을이 예쁘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나, 싶다.
물든 나뭇잎들이, 가을 햇볕이 이렇게 사라져가는 게 아쉽다.
알고보면, 모든 날들이, 모든 순간들이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이겠지만.
이사 온지 한달 남짓 지났고, 새 일터에 다닌지도 두달이 넘었네.
아직도 수원이 낯설고, 이 직장에 얼마나 다니게 될지 불투명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하고싶은 일들도 생기고, 집도 많이 익숙해졌다.
지금, 행복해? 라고 물으면 엉? 하겠지만, 감사한 일들이 많다는 데에는 고개가 끄덕.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돈도 벌고 있고, 아기도 잘 자라니, 참 고맙다.
그러면서도 뭔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은 여전히 있고.
출퇴근길에 자전거를 주로 타다가 요며칠은 걷는 날이 더 많다.
날이 더 추워지면 점점 더 많이 걷게 되겠지. 빨리 걷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걷는 그 순간의 공기, 내 마음, 하늘 색깔, 냄새 같은 것들을 느껴보려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난하고 아프고 힘없는 사람들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공부 못하고 학교가 재미없고 어딘가 고통스러운 아이들의 뒤에는
가난하고 힘없고 괴로워하는 어른들이 있으니까.
분노, 연민, 슬픔, 무력감, 알 수 없는 의협심 그리고 사명감 같은 것들을 느낀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연구해야할텐데.
깨어있으면서.
볕이 좋은 날엔 옥상에도 종종 올라가고 산책도 했는데, 요즘은 맘처럼 몸도 움츠러든다.
땀흘리며 뛰거나 수영하고 싶고, 뜨끈한 국물이 가득한 면요리가 땡긴다.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진득하게 앉아 보고,
도수가 높지 않은 술도 한잔 하면 좋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퇴근 후 라이프도 좋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은규를 안고 둥둥거리다 젖먹이며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다가,
늦은 저녁을 허겁지겁 먹고 피곤해하며 아기랑 놀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아기를 씻기고 아기 잠든 후에는 뭔가를 해볼까 마음만 가득했다가
아기 따라 같이 자버리는 밤들.
일하고 아기를 돌보고 양과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고
집안일도 조금씩 하고 나한테 짜증내는 양에게 짜증도 났다가
몰려오는 피로에 곯아떨어져버리는 밤들.
이런 낮과 밤들도 좋다. 뭔가 아쉬운 것들이 채워지면 더 좋겠지만.
암튼, 내일은 금요일.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이만 아기에게 가야지. 내사랑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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