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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499] 밤중수유 끊기 4일째

새빨간꿈 2013. 11. 20. 14:36

 

은규에게 밤에는 쮸쮸 안먹는다고, 어제 저녁에도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밤 내내 쮸쮸 안먹고 잠 잘자줘서 고맙다고도 이야기하고.

 

어젯밤엔 잠들기 전에 쮸쮸를 실컷 먹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가습기를 붙들고 서서 끙끙대며 똥을 한 판 싸더니

시원한 듯 뒹굴대다가 젖 조금 먹고 잠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가습기 붙들고 끙끙대는 거 진짜 귀여웠음.

근데 배변에 방해될까봐 웃지도 못하고 모르는 척 해줬음ㅋ)

 

아기 키우면서 신기한 것 중 하나는,

밤에 아기가 잠을 깨려고 하면 그것보다 조금 더 전에 실은 내가 깬다는 것.

아기 옆에 같이 있으면서 리듬이 서로 맞아 떨어지는 건지,

아기의 뒤척거림에 민감한 채로 잠을 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간밤에도 아기가 깨기 전에 내가 먼저 잠이 깨서 아기를 보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칭얼칭얼 하고 깨어나는 아기.

토닥이면서 "자자, 우리 아기" 했더니 한 손으로 내 목을 붙잡고

억울한 듯 좀 잉잉 하더니 이내 잠이 든다.

토닥토닥 잘도잔다, 우리아기 힘들어 하는구나,

그래도 안먹고 자보자, 자장자장 잘도잔다- 하며 아기를 재우는 사이

내 잠은 호로록 달아났다.

시계를 보니 세시가 좀 덜됐다. 

잠 깬 김에 명상 좀 하자 하고 앉아있으니 나도 이내 잠이 오네.

아기 옆에 누워 잠들었다가,

아기 칭얼대는 소리에 다시 깨니 이번엔 6시가 훨씬 넘었다.

 

이쁜 우리 아가, 오늘은 딱 두번만 깼구나.

이제 아침이니깐 엄마 쮸쮸 줄께, 하고 젖을 물렸더니

한참 잘 먹고는 다시 아침잠에 빠져드는 아기.

 

은규아바이와 은규할매는

밤젖만 끊는 건 말이 안된다고,

(낮엔 마음대로 먹으면서 밤에만 안된다 하면) 아기가 그걸 받아들이겠냐고 하시지만

내가 보기엔 아기는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두 분은 아직도 젖을 먹이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젖에는 이미 영양분이 하나도 없고,

이미 어른과 같은 음식을 먹는 아기가 젖을 먹는 건 나쁜 습관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밤중수유만이 아니라, 수유 자체를 끊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근데 내 생각은 다르다.

젖을 먹이는 건, 아기가 젖을 너무 좋아하고

젖이 아기에게 가장 좋은 음식이고

무엇보다 내가 아기에게 젖먹이는 시간이 좋아서이다.

젖먹이며 아기와 나눈 눈빛, 스킨십 그리고 말로 표현 안되는 많은 것들을

조금 더 갖고 싶다.

내 건강이 허락하고, 아기가 좋아할 때까지는.

적어도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두돌때까지는.

 

그래서 밤중수유 끊기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믿는다,

멀지 않은 때에 은규가 밤쮸쮸 안먹기를 잘 받아들이고

밤에 푹 잘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