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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박사 일기

[+107] 직장생활

새빨간꿈 2013. 12. 18. 09:10

 

일터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니 미워하는 사람도 생기는 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거꾸로였다.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미움의 감정을 같이 풀고 나눌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으다.

암튼 그래서 이제 나의 일터에는 좋아하는 사람/미워하는 사람의 구도가 명확해졌다.

눈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씨익, 웃게 되는 사람과 일부러 웃으며 인사해야하는 사람. 흐흐흐.

 

어제 ㄱㅎㄹ샘이 우리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면서 무려 2시간 반을 수다를 떨고 갔는데,

나보다 나이도 직장생활 경력도 많은 샘의 이야기를 들으며 뭔가 감이 잡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거였다, 일터에서.

나도 일터에서의 삶을 시작하면서는,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살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막막 나를 다 오픈하고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고 뭐 그랬던 거 같다.

그러면서 감정의 격랑에 내 몸과 마음을 다 맡기고 어푸어푸어푸어푸.ㅋ

근데 사람들은, 특히 직장생활 경력이 오래된 그들은 여기서 적절한  거리와 감정을 조절하며

적당히 화내고 웃고 기뻐하고 짜증내며 살아왔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어떤 틈새로 날 것의 감정을 내보이기도 하지만, 그걸 숨기고 잘 포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 그랬던 거였구나. 흐.

 

나에게 이곳은 일터임과 동시에, 연구자 동료를 만나고 동지를 만들어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평생 만나고 나누고 같이 뭔가를 도모할 사람들과 소중한 첫 인연을 맺어가는 곳.

그래서 여기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내가 거리를 두고 감정을 조절하며 만날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데.

 

아아. 헷갈리네. 출근길 내내 헷갈렸는데, 아직 모르겠당.ㅎ

그래도 까먹지 말아야할 분명한 것은 내 마음을 잘 보고 이해해주기. 그리고 내 마음에 거리두기.

 

아, 오늘도 일단은, 일터에서의 하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