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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PM 5:25

새빨간꿈 2014. 2. 6. 17:27

 

 

 

아빠랑 소아과에 갔다가 잠시 까페에 들렀단다. 집 앞 까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모양이 대견하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지도도 없이 스스로 갈 길을 아는 여행자처럼, 아기는 누구보다도 담담하고 씩씩하게 매일 매순간 자라고 있구나, 새삼 알게된다.

 

요즘은 연구 과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며, 새 연구과제의 시작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 와중에도 다이내믹한 이 일터에는 매일 새로운 일들이 터지고, 어젠 휴가로 집에 있는 동안에도 두 통의 전화를 동료로부터 받았다. 이 곳도 바깥 사회의 권력관계 자장 안에 있다. 누군가를 이렇게 저렇게 대우하면서, 어려서, 학위가 없어서, 여자라서 차별하는 거라고는 스스로는 생각치 못하겠지. 그래서 토론과 공론의 장이 필요한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희망을 말하고 실천하는 것. 끈기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걸 오늘 또 기억해본다.

 

끈기 제로, 집중력 제로의 내 습관이 요즘 막 드러나고 있다. 오늘도 일터에 와서 이런 저런 글들을 뒤적이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이렇게 느슨한 시간이야말로 내가 정말 그리워하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시간들 속에서 아이디어들이 서로 만나고 굴려지고 뭔가 재미있는 일들이 구상될 것이라 믿는다.

 

그나저나 올핸 봄이 너무 기다려진다. 은규랑 과천 동물원도 가고 화성 구경도 가고 수원천도 걷고 싶다. 새로 생기는 연구실에 화초를 가져다 두고 싶고, 집에 있는 화초들도 잘 정리해놓고 싶고. 무엇보다 텃밭 농사 짓고 싶어 몸이 근질댄다. 봄이 되기만 하면 뭐든 재미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기분, 이 기대를 잊지 말고 매일 곱씹어야겠어.

 

과자 빵 안먹기 다짐은 요 며칠 잘 안되고 있다. 그래도 일터에 나와선 일절 안묵는다. 근데 요 시간이 늘 유혹적이다. 배는 고프고 테이블 위에 과자는 널려있고. 물 한 잔으로 목 축이고, 오늘은 퇴근길에 시장에 들릴테다. 막걸리도 한 병 사고, 맛난 반찬 거리도 사서 집에 가야지. 오늘도 자라고 있느라 애쓰는 우리 은규, 그 은규를 위해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냈을 Y에게로, 슝슝 날라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