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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581] 청개구리

새빨간꿈 2014. 2. 10. 11:30


은규가 쑥쑥 자라고 있다. 매순간 같이 있을 수 없는 나도 그 빛나는 성장을 알아챌 정도로.

색종이를 가져와서 종이접기 흉내를 내고, 

Y와 내가 물건을 못찾아서 쩔쩔매면, 어디선가 찾아서 들고 온다.

(그저께는 리모콘을, 어제는 지 양말 한 짝을 어디선가 찾아왔음.ㅋ)

매주 가는 법회에서 누구를 만나 뭘 하는지 빤히 알고 있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꽤 오랫동안 귀를 기울인다.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둑 이야기를 (기억도 잘 안나는데 대충 지어내서 해주면) 중요한 부분에서 맞장구를 친다.

"열려라 참깨" 같은 부분에선 막 흥분도 하고. ㅋ

뽀로로 노래 중 하나인 '꼭꼭꼭'을 불러달라고 해서 부르면, 부분부분 아는 체를 한다.

'파란 하늘을 날고 싶어' 하면, '파, 파, 파' 하고, '두둥실 흰구름 넘어로' 하면, '두둥' 하는 식.

내가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 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까지 부르면 은규가 '멍멍멍' 한다. 

노래도 가사도 다 외고 있는 거지. 엄마랑 이걸 놀이 삼아 하는 게 신이나는 모양이고.

점점, 아기에서 아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나눌 수 있는 게 많아지고, 같이 하며 즐거운 게 늘어난다.

언제쯤이면 녀석이 미워질까, 궁금하다. 지금은 다 이쁘고 귀엽고 좋기만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개구리다.

'18 소리가 절로 난다'는 18개월을 지나 19개월을 꽉 채운(어제가 바로 만 19개월차 되던 날이었네!)  녀석은

뭔든,'아지(아니, 라는 의미인데 발음이 잘 안되는 모양ㅋ)'로 대답한다.

기저귀 갈까? 아지

맘마 먹을까? 아지

우리 치카치카 하고 어푸어푸 할까? 아지

뭐 이런 식이다. 근데 잘 달래보면 또 같이 하기도 한다. 일단은 No, 하고 보겠다는 심보.ㅋㅋㅋ

기저귀 갈기도 어렵고, 제자리에 앉혀서 밥 먹이기도 어렵고, 

목욕도 세수도 양치도 하기까지 에너지가 많이 든다.

화내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그렇다고 녀석에게 끌려가지도 않으면서

뭔가 같이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거다.

Y는 내가 은규에게 끌려가는 것 같다며, 그건 옳지 않다 한다.

지금으로선, 은규가 알아듣게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되도록 평화롭게 하나씩 뭔가를 하는 것이 답이다 싶은데...

언젠간 나도 화내고 윽박지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긴 하겠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