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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배운다는것

눈내리는밤

새빨간꿈 2008. 12. 23. 01:15



감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저녁 약속에 나갔다, 이번 학기 수강생들과의 수업 뒷풀이.
나 때문에 이리저리 날을 피해 잡은 약속이라 와병 중이라고 안나가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보고싶었다, 이번 학기 학생들에겐 이상하게 애착이 간다.
오늘은 왠일인지 술이 홀짝홀짝 잘도 넘어가고 안주도 맛났다. 
대화의 주제가 여기저기로 넘어가면서... 수다를 한참 떨었더니 자정이 넘은 시각이 되었다.
술값을 치르고 지하 술집에서 거리로 나오니 온통 눈에 덮힌 거리, 가로등에 반짝이는 함박눈이 막 날린다.
히히, 눈오니 좋다, 했더니, 선생님 아직 어리시군요!...하는 학생들. 눈 한번 흘겨주고, 안녕~ 했다.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눈 위를 구르는 자동차 바퀴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느끼며 기분이 스르르 풀린다.

선생으로 존재하는 시간들이 내게 허락되어서 기쁘다, 부족해도 늘 뭔가 더 줄 것이 없나 서성이는 이 마음.
세상에 갚을 은혜 중 하나는 배울 수 있는 시간들과 가르칠 수 있는 시간들이 내게 온 것 아닐까.
그러니 더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눈오는 밤의 조용한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