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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내내 격주 수요일은 오후에 반차를 썼다.
12시에 귀가해서 강의를 가는 양 대신 오후에 은규를 돌본다.
그래서 격주 수요일 오전은 늘 분주하다. 처리해야할 일 대비 시간이 부족한 요일.
근데 5월에 접어들어 나는 내내 수요일 오전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공고 연구 필드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늘 시간 대비 처리해야할 일이 많아서
심장이 쫄깃한 채로 낮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일과 시간이 끝나고 퇴근하면 은규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는 일로 꽉 찬다.
피곤해서 쓰러져 자거나, 뭔가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욕구로 인터넷을 막- 하다가 자거나.
그러고 나면 아침은 늘 피곤하다. 일이 쌓여있는 일터로 나가는 내 몸과 마음은 무겁다.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도 일이 늘 밀려있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폭발 직전의 폭탄 같다.
조금만 서운한 말을 들어도 눈물이 핑 돈다. 내 상태에 대해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제 밤엔 좀 울었고, 오늘 새벽엔 잠에서 깨어나 좀비처럼 일하다가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밤, 지금까지 깨어있다. 내일 학습부진 연구 회의를 해야하는데, 준비가 거의 안되있다.
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힘이 든다. 스트레스 받는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다.
오늘 오후에 낮잠에서 깬 은규를 데리고 나가서 한참 놀았다.
손잡고 아파트 알뜰 시장에 가서 오징어랑 블루베리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동차 번호판 보기, 풀 들여다보기, 개미한테 간섭하기, 놀이터에서 흙놀이,
벚나무의 버찌 따서 먹기, 우산 갖고 놀기 등을 했다.
은규와 가만히 손잡고 걷는데, 내 발걸음이 간만에 느릿해졌다.
그 때의 그 느낌이 좋았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은규와 이것저것 마음 가는 데로 놀아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저녁시간이 재깍재깍 갈 수록 마음은 다시 쫄깃해졌다.
지금 마음도 급하다. 그럼에도 뭔가 기록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열었다.
놀지 않고 일만하는 시간은 사람을 이렇게 지치게 하는구나.
잠 잘 때 자고, 밥 먹을 때 먹고, 노닥거리고, 쉬면서 일하게 해주는 일터가 좋은 일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나의 일터에 대해 옐로 카드 아니 레드 카드를 줬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과제가 끝날, 10월 말을 애타게 기다릴 뿐인 건가.
천천히 걷고 나무도 보고 바람도 쐬고 일 걱정 없이 잠도 자고.
이런 날들을 그리워한다.
너무 쉬운 건데 그게 안되는 이 시간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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