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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규는 여름에 태어났다. 더위 속에서 진통하고, 낳아서도 더웠고, 신생아 때도 더웠다. 다행히 열이 많지 않은 체질인지 땀띠 한 번 안났지만, 나는 더워죽는 줄 알았다. 젖도 흐르고 땀도 흐르고 은규 오줌이며 (물)똥도 자주 흘러서, 그 여름은 온갖 체액의 향연(?)으로 기억될 지경. 어찌된 일인지 지난 해 여름의 날들은 기억에서 가물거린다. 새 직장 알아보고 이사할 곳도 정해야하고 전업육아에서 취업,으로 상태가 급격하게 변동되던 때라 그랬나. 어떻든, 올여름 더위도 만만찮다. 이번주는 공고연구 중간보고서 작성하느라 매일 새벽이나 밤에 깨서 일하는 통에 몸도 피곤한데, 날씨는 최고로 덥고! 금요일인 오늘, 간절하게 여름휴가가 고프다. 당분간은 열심히 일해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더워서 그런가, 요즘 부쩍 자라고 있어선가, 은규가 짜증을 많이 낸다. 자기 말을 잘 못알아들을 때,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 걸 하려 할 때, 밤에 자다가 깰 때 등등. 자기 입으로 "짜증이 나" 하면서 짜증을 내는데, 어떨 땐 이쁘다가도 가끔은 그게 감당이 안될 때가 있다. 확- 화가 난다기 보다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고 할까. 그제 저녁엔가는 밥 안먹고 짜증을 내길래 아고- 힘들어, 소리가 목전까지 올라왔다. 그러다가 아기를 안고 욕실에 들어가 씻기며, 아이구 은규가 짜증이 났구나. 나도 모르게 마음이 그럴 때가 있어. 불편하고 뾰족해져서 아무렇지 않은 일에 짜증이 나는 때. 엄마도 요즘 잘 그래. 그래서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데도, 아빠한테 짜증내고 싸우고 그러는 거야... 이렇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니 가만히 듣는다. 그래, 짜증날 때도 있지. 그 마음 받아주고 안아주면 그렇게 수그러들고 그러는 거겠지.
좀전에 Y에게서 온 카톡에 의하면 은규가 이렇게 말했단다: 고물상에 쓰레기가 눈처럼 쌓여있어. 흐흐. 시인이네, 녀석. 요즘은 노래도 곧잘 하고(물론 음정은 안맞지만, 내가 보기에 은규 머릿속에서는 음정이 그려지는 듯 하다), 몸놀림도 제법 능숙하다. 팔 다리 힘도 세지고. 이 더위 속에서도 녀석은 잘 자라고 있다. 참 고맙네. 은규의 존재 자체가, 그 성장 자체가 참 고맙고 감동적이다. 그래서 이 여름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그제 저녁, 나혜석 거리에서. 이날은 저녁도 엄청 더웠는데, 밖에 나갔더니 뛰어노느라 정신없던 아기. 나는 지쳐서 겨우 따라다녔는데, 왠지 나혜석 언니 옆에 앉아 사진은 한 장 찍어얄 것 같아서 포즈 잡았음. 은규랑 커플 티 입고, 나혜석 언니 옆에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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