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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새빨간꿈 2008. 12. 28. 12:57


어젯밤, 늦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으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씻고 불도 끄고, 그냥 자기가 왠지 아쉬워 켠 티비. 덕분에, 영화 <사랑니>의 뒷부분을 보고 잤다. 이 영화는 주변 여자들의 추천으로, 삼년 전쯤 휴일, 혼자 비디오로 빌려봤던 영화다. 다시봐도 좋더라.

이 영화에서 김정은은 참 아름답다. 김정은표 '과장+귀연척 연기'가 말끔히 씻겨서 참 담백하다. 아마도 직관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는 서른살 여자 인영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덕분일 게다. 적절하게 섞여들어간 퐌타지도 좋았고(특히 석이랑 키스하면서 인영의 몸이 부웅 뜨는 그 장면!), 낮고 소박한 인영과 정우네 집도, 언젠간 저런 집 마루에 서재를 꾸미고 살고싶을 만큼, 좋았다.

눈물 나오게 속상한 삶을 살아가는 식구들도 없고, 당장 먹고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적당하게 예쁘고 능력있는 서른살 여자의 삶이라니, 누구라도 저 조건이면 저렇게 담담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세상과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명령들에 씩씩하게 복종하는, 그 마음의 힘은 부럽고 탐나고 배울만 하다.

욱신욱신 사랑니의 통증이 그녀를 괴롭히지만, 그것 때문에 마시던 와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녀를 비난해도 '다시 태어나면 이석이 되고싶은' 그녀의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는, 사랑니의 고통도 왔다가 가는 것처럼, 사랑도 다른 모든 것처럼 찾아왔다 떠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영의 사랑은 담백하고 진하다.

요즘은 이렇게, 세상의 기준과는 별도로, 마음의 힘을 가지고 단단하게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좋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사랑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한번 보고싶다.



서른의 인영이 열일곱의 풋풋한 (그러나 섹시한 몸매의) 이석과 연애하는 것도 부러웠지만,
하우스메이트이자 엄마이자 아내같은 친구 정우가 있다는 게 더 부럽더라, 난.^^
인영이한테 좋은 여자친구 하나쯤 있었어도 더 좋았을 듯 하고.


감독이 누군가...하고 찾아보다가, 정지우 감독의 필모그래피. <모던보이>는 별로였는데... 다음 작품 기대하갔어요.

  1. 1.  모던 보이 - 각본
    2008 | 한국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미스터리, 액션 | 121분
  2. 2.  배낭을 멘 소년 A Boy With The Knapsack - 각본
    2005 | 한국 | 드라마 | 26분
  3. 3.  다섯 개의 시선 If You Were Me 2 - 감독
    2005 | 한국 | 113분
  4. 4.  사랑니 Sarangni - 각본
    2005 | 한국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판타지 | 115분
  5. 5.  해피 엔드 Happy End - 각본
    1999 | 한국 | 스릴러 | 99분
  6. 6.  저스트 두 잇 Just Do It - 각본
    1996 | 한국 | 29분
  7. 7.  생강 A Bit Bitter - 각본
    1996 | 한국 | 14분
  8. 8.  캣 우먼 & 맨 Cat Woman & Man - 촬영
    1995 | 한국 | 14분
  9. 9.  그랜드파더 Grand.fa.ther
    1995 | 한국 | 12분
  10. 10.  원정 - 촬영
    1994 | 한국 | 23분
  11. 11.  스무살 젊은이에게 - 감독
    1994 | 한국 | 110분
  12. 12.  사로 斜路: Cliffy - 각본
    1994 | 한국 |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