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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J네와 우리 그리고 S네가 모였다. 검암의 S네 집에서 만났는데, 정말 오랫만이었는데도 편하고 좋았다. 내 아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친구들의 눈빛을 보는 게 좋다. 나는 참 부자다, 싶었던 저녁. 


6년 전 인도여행을 함께 갔던 우리는 모두 맨몸이었는데, J는 5살, 나는 3살 아이의 엄마, 그리고 S는 한달 후 엄마가 된다. 시간이 우리에게 마술을 걸어버린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늦게까지 이야기 나누고 먼지 투성이 델리의 거리를 걷고 공항에서 하염없이 비행기를 기다릴 때처럼, 우리들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물론 모두들 눈 속에 피로감이 가라앉아있긴 했지만.ㅎ)


검암에서 돌아와 밤이 늦었음에도 Y와 마주앉아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형태의 삶, 새로운 질서 속의 연구는 가능할까. 어떨 땐 환히 보이는 내일의 시간들이, 또 어떨 땐 막막하고 어둡다.


휴직 전 마지막 휴일, 연구실에 출근해서 도시락으로 싸온 고구마+커피 점심을 먹었다. 보고서 완성까지 아직도 많은 것들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는 마음. 그렇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즐기자, 이 시간들을.


늘, 그랬던 거 같다. '이거 끝내놓고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자.' 근데 그게 끝나면 다른 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던 거 같다. 돌아보면, 바로 그 순간에 나는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지금 나는 알고 있다. 막막하지 않아. 걷지 않았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