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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박사 일기

[+452] 불안도 습관

새빨간꿈 2014. 11. 28. 11:28

육아휴직 3주차.


새벽에 잠이 번쩍 깼다.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지난 몇 달 동안 흔히 해왔던 일.

근데 급하게 해야할 일이 없다. 이미 보낸 보고서 파일을 열어서 요약 부분을 읽어본다.

읽다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어서 파일을 닫고 에버노트에 지난 며칠간 뭐하고 살았나 메모했다.


휴직 첫주는 제주도 여행을 갔고,

둘째주는 본격적으로 은규 밥해먹이고 집안일 하면서 두 개의 보고서 마무리해서 보냈다.

셋째주인 이번주는 주초에 좀 우울했고, 주중에는 두어개 약속이 있었고, 

뭣땜에 휴직을 했었나 돌아봤고, Y랑 마음과 의견을 조율하느라 지직대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불안한다. 무엇이 불안한가 봤더니, 이렇게 시간 보내다가 나중에 해야할 일을 못다해 허우적댈까 걱정된다.

못다한 일이란 무엇일까. 보고서 마무리를 제대로 못할까 걱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


(이까지 쓰는 동안에도 두 번이나 폴더를 열어 두어개의 파일을 열어 프린트 하려다가 말았다.ㅜ)


돌이켜보면, 일터에 다니는 내내, 이런 불안 상태였던 것 같다.

지금 놓치고 있는 일이 있는 거 아닐까, 나중에 못다한 일 때문에 허우적대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들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차근차근 잘 해왔는데.


그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휴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불안은 습관이라 장소와 조건을 벗어나도 지속된다.

그러니 습관을 바꿔야 한다.



비가 온다. 아기는 어린이집에 갔고, 오늘 나는 아무 일이 없다.

무슨 일을 해도 좋다는 의미.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여보자. 그리고 불안해하는 나를 잘 다독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