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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동료들에게 밥 한끼 대접할 수 없을까 싶어 기획한 '힐링집밥' 프로젝트가 오늘, 기획한 지 거의 한 달만에 오픈을 했다. 메뉴는 닭고기 스테이크와 야채참치 샐러드. 디저트로 사과 두조각과 감잎차를 냈다. 차려놓고 보니 별 것 아니었는데, 준비하는 마음은 지난 주말부터 바빴다.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사고 꽃과 식탁보를 챙기고 마지막엔 부엌과 마루 청소까지. J선생님과 N선생님이 초인종을 누르던 그 순간 식탁 세팅이 겨우 끝났다. 밥을 퍼서 접시에 담고, 국을 그릇에 담은 후 식사 시작 직전까지의 그 흥분과 긴장.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초대하고 그를 위해 밥을 짓고 집을 치우고 꽃을 사다 꽂아둔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부모님을 모실 때도 안그랬던 거 같고(내 실력 아시죠? 대충;;; 이런 모드였던 거 같음ㅋ), 친구들 초대해서도 나가서 사먹거나 배달시켜 먹거나 했다. 다들 내 성향(살림에 대한 관심 제로)과 실력(음식맛 내는 실력 제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고, 나는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먹는 음식보다는 나누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오늘 힐링집밥은 나자신에게 참 새로운 시간인 셈이다.
아기와 계속 붙어있다보니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처지인 만큼, 미리 계획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주초에 메뉴를 정하고 이틀에 걸쳐 필요한 것들을 사두었다. 화요일날 아기랑 둘이 손잡고 꽃집에 가서 프리지아를 사는 것으로 쇼핑은 마무리. '맛있는 음식과 식탁보 그리고 꽃'은 처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부터 머릿 속에 있던 거였다. 그래서 한 번 이상 조리해본 것을 메뉴로 택했고, 여름용 커튼 하려고 마련해둔 패브릭을 잘라 주름을 펴서 준비했고, 봄을 느낄 수 있는 프리지아를 한 단 사서 유리잔에 꽂아두었다.
식탁을 차리다보니 수저나 접시, 컵 같은 것들이 좀 더 준비되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서 쓰던 것에 내어놓으니 정성스런 느낌이 부족하달까. 그런데 이 부분은 욕심을 접기로 했다. 여긴 집이고, 프로젝트 이름도 집밥이니, 전업주부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소박하게 준비해보자, 하고.
J선생님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식사를 하셨다. (초긍정 마인드에 배려 짱인 분이니 한 60% 정도만 접수하기로ㅋ) N선생님은 (별 피드백은 없었지만ㅋ) 끝까지 잘 드시고 차도 한 잔 주문하셔서 드렸다. 두 분 모두 접시를 싹싹 비워주셔서 너무나 감사. 짧은 시간 식사하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 끝엔 좀 허둥댔지만, 그냥 그런 순간들도 정겹게 느껴졌다. 같이 집을 나서니 봄이 느껴지는 날씨다. 헤어지면서,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 드렸다. 누추한 곳에 오셔서 화려하지 않은 밥이라도 열심히 먹어주셔서 참 감사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대접해드린 게 아니라 거꾸로 대접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식사를 준비하며 이제까지의 나에겐 없던 어떤 요소가 조금 생긴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그래서 오늘은, 피곤하지만, 참 괜찮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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