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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내가 밥할 때 아이가 혼자서 제법 잘논다.(물론 엄마엄마엄마엄마 백번 넘게 부르긴 하지만;;;) 밥 하다가 돌아보니 저러고 있다. 웃겨서 사진 한 장. 거실 장난감 바구니에 있던 산타 모자를 찾아쓰고, 부엌 옆 베란다에서 쓰레기봉투를 하나 집어 와서는, 거기다 아파트 벼룩시장에서 천오백원 주고 산 장난감 버스를 넣었다. 그리곤 산타 할아버지 선물 배달 중이래.ㅋ 그러고보니 빨노파, 삼원색이네. 지금 이 시절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장면. 이렇게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작품 같은 장면들.ㅋㅋㅋ

 

2. 그제밤인가, 잠자리에 둘이 누워서 책을 보려다가, 아이 얼굴에서 문득 우리 엄마 표정이 지나가는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버려서 보고 싶어도 보질 못하는데, 니 얼굴에 외할머니 얼굴이 가끔 보여서, 엄마는 참 좋다." 그러자 아이가 눈을 반짝, 빛내며 이렇게 말한다: "음, 내 얼굴이 외할머니랑 연결돼 있나보다!"

그럼, 그럼.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닮았고, 너는 엄마를 닮았으니, 결국 우리 셋은 다 연결돼있단다. 가끔은, 어쩌면, 이런 순간, 엄마가 아이의 모습으로 내 옆에 잠깐 왔다 가는 것 같기도.ㅎ

 

3. 아이의 새 어린이집에서는 아침에 꼭 전체 모임을 한다. 적응 기간이라 나도 아이와 함께 그 모임에 참여한다. 주로 노래 부르고 그 날 갈 나들이 장소를 정하곤 하는데, 어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좀 차분한 분위기였다. 노래를 부르다가 혀로 똑딱 똑딱 시계 흉내 내는 걸 다 같이 했다. 스무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아무 소리 내지 않고 똑딱 똑딱 소리를 내고 있으니 묘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연출된다. 그 때 교사 중 한 명이 와 이거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같다- 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자신들 소리에 귀 기울이며 또 열심히 똑딱 똑딱. 그렇게 3초쯤 지났을까, 5살 아이 하나가 이런다: 근데 이거 좀 슬픈 느낌이야... 이 말에 교사들과 나는 흐뭇한 표정. 5살 아이도 아는구나, 아침 비내리는 소리의 곱지만 슬픈 그 느낌.^^

 

4. 곱고 예뻐서 애잔한 순간들이 있다. 참 좋은데, 그 모든 순간은 결국 지나가버린다는 걸 알아서 더 애틋한. 지금도 바로 그런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