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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민속촌에서 30분 짜리 농악 공연을 봤다. 42년생 할아버지 상모가 이끄는 농악대의 연주와 공연은 짧았지만 화려하고 알찼다. 간만에 실황 공연을 듣고 보는 나는 신이 나서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정신없었다.ㅋ

공연 내내 농악대 연주자들의 어깨와 얼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태평소 연주를 제외하곤 모두 남자였는데 리듬에 맞춰 들썩이는 그들의 어깨가 인상적이었다. 소위 남성적이라 여겨지는, 강하고 절도 있는 움직임이 아니라 부드럽고 작은 움직임들. 간드러진다고 할까, 섬세하다고 할까. 그 어깨들이 그리는 선의 느낌이 불안하고 비어있어서 매력적이었다.

공연을 하는 그들의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리듬에 젖어있는 듯 하면서도 관객을 의식하고 웃으면서도 괴로운 듯 한 얼굴. 약간은 초연한 듯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빛. 어깨와 허리, 다리 움직임이 그랬듯 눈빛과 표정도 전형적인 남성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끄는.

오랜 기간 악기를 연주하고 공연을 연습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몸짓은 슬픔과 환희,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반복되는 단련 때문에 자동화된, 그래서 더 무의식에 가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