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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시간.

새빨간꿈 2009. 1. 29. 11:53


1. 동거인과 나의 고향을 각각 2박 3일씩, 명절 여행을 다녀오니, 집은 꽁꽁 얼어있다, 보일러를 켜고 이불을 펴고 그 안에 누워도 한참동안 발이 차가워 꼬물대는. 명절 내내 박완서의 <욕망의 응달>을 읽었다, 밑줄을 긋고 싶은 구절이 몇 군데. 일상으로 돌아와 해야할 일들을 적은 수첩의 한 페이지는 to do list로 가득한데 오전 내내 인터넷만 하고 있다. 간밤엔 인도로 떠난다는 ㅇㄴ와 통화했고, 좀전엔 내달 초에 수술을 한다는 ㅅㄴ과 통화를 했다, 그러면서 그녀들과 이어진 가늘고 질긴 인연에 새삼스럽고 이상한 감사함을 느낀다. 깔끔하게 정리돼있던 책상이 어지럽혀지고, 방학은 한달 남았고, 시간은 간다.

2. 인도에 다녀와서 식탐이 늘었다, 이런 내가 재미있어서 내내 지켜보았다, 늘어난 식탐으로 살이 찌거나 소화불량이 되어 고생을 하고나면 이 재미가 사라지겠지, 하면서.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켜보는 동안 먹는 것에 집착하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안타까워.ㅋ 음료수, 맥주, 과자, 고기, 햄버거, 라면...을 마구 먹다가 문득, 담백하고 간소한 밥상을 차려 적당히 먹고, 게걸스럽게 찾던 간식도 딱 안먹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

3. 여전히 문득문득 생각나 눈물을 쏟아내고 말문이 막혀 호흡을 고를 때가 있지만,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 어깨를 빌려준 사람들, 함께 눈물 찍어내어준 사람들, 묵묵히 안아주던 사람들, 말없이도 따뜻한 눈빛을 보내준 사람들 덕분이라, 마음이 더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