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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열이 오르고 젖이 부어올라서 겁이 났다. 엿기름 물을 만들어 마시고 양배추 잎을 차게 해서 붙였다. 열은 조금 내리고 젖은 아직 별로 변화가 없네. 내일 아침까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쮸쮸를 찾으며 울던 아이는 금새 진정했고, 아침 먹기 전엔 "인제 나 엄마쮸쮸 대신 맛있는 거 먹을 거야!" 라고 선언까지 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가서는 종일 기분이 다운되어 잉잉- 했단다(선생님의 전언). 저녁에 샤워할 때 문득 이렇게 말한다: 오늘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 (응? 어린이집에서?) 응, 오늘 엄마 생각이 자꾸 나더라구. 그래서 이야기해줬다. 엄마도 어릴 때, 그런 날이 있더라. 엄마 생각이 무지 많이 나는 날. 쮸쮸를 못먹으니 엄마 생각이 더 났나보다. 짠하다.
저녁에 엿기름 물을 먹는 나에게 뭐냐고 묻는 아이. 엄마 쮸쮸가 아파서 약 먹는 거라고 하니까, 미안해- 한다. 왜? 하니, 내가 엄마 아프게 한 거 잖아-. 아니야 아니야. 원래 쮸쮸를 바다여왕님이 가져가고 나면 한동안 아픈 거야. 너 땜에 아픈 거 아니야, 하니 조금 안심하는 듯한 표정이다. 녀석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불편할까. 이 이별의 시간을 어쩌면 좋으니.
아침 이후로 엄마쮸쮸를 한 번도 찾지 않던 아이가 졸음이 오자 엄마쮸쮸-를 외치며 울기 시작한다. 아이 아빠가 얼른 안고 마루로 나가서 재웠다. 어제보다 조금 덜 보챈다.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부어오른 젖이 가라앉고 나면 그제서야 무지 서운할 것 같다. 이것으로 내 몸에 연결된 녀석의 성장은 일단락이 되는 거겠지. 우리는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연결되어 있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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