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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오늘은 왠일인지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글을 남긴 게 8월 30일이구나. 여름의 끝.
저 때 즈음부터 두드러기가 심각해졌고, 자책과 후회의 나날들이 시작된 거 같다.
나는 왜 휴직 기간을 늘 바쁘게 보냈을까, 혹은 휴직 기간동안 나는 대체 뭘 했던 걸까.
가만 보면 전혀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대며 또 좀 나를 볶아댄 거 같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이젠 이 가을도 가려는 계절.
위 질문들을 더이상 하지 않는 것만으로, 지금 좋으네.
간만에 이백배를 했다. 원래는 삼백배를 하려고 했는데 다 못했다. 그래도 가볍다.
이번주 화요일에 복직을 하고 병가를 냈다, 한 달.
휴직 이후, 아니 아이를 낳은 이후, 처음으로 불안을 느끼는 나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놀라운 건, 그렇게 바라보니 덜 불안해졌다. 그래서 간만에 시간을 즐겼다.
청소하는 시간, 걷는 시간, 요리하는 시간, 빨래 개는 시간.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뭔가 충만했다. 쫓길라고 하다가도 왜? 하고 질문을 던지니 나아진달까.
요렇게 시간에 머물러가며 일도 하고 놀이도 하고 싶다. 요 템포를 잘 기억하고 반복해봐야지.
한 달 중 한 주가 갔다,고 방금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또 쫓기네!
아하, 이런 거구나. 흐.
바닥에 발을 붙이고 사는 게 뭔지, 요즘 생각한다.
너무 허황되게 살았다는 깨달음이 헛웃음 나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아이 모습에서 나를 본다. 나랑 기질이 비슷한 녀석.
어릴 적 나도 이랬겠거니, 하며 어린 시절을 다시 살아보는 나의 육아기.
한 네 다섯살, 되었으려나...
밤에 혼자 잠이 들지 않아 커튼이 드리운 그림자를 무서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 아버지는 낮동안 열심히 일하고 깊이 잠들었고, 남동생도 곤히 잠든 밤,
혼자 깨어있는 그 시간이 참 싫었던 거 같다. 그러다 나도모르게 어느새 잠들었던, 그런 밤.
밤에 빨리 잠들지 못하는 녀석 때문에 골이 나다가도, 혼자 깨어있는 밤은 싫겠지, 싶어
녀석이 잠들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토닥여주곤 한다.
그러면서, 혼자 잠 못든 그 아이를 같이 토닥인다.
어여, 자. 이런 밤도 저런 밤도 있으니까, 하고 말 걸어준다.
시간이 지날 수록 물건 사는 즐거움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오후에 쇼핑몰 갔다가 피곤해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건조함, 소란함, 산만함. 이런 것들에 쉬이 피곤해져서 다행이다.
덜 사고 더 만들고 더 오래 쓰며 살아야지. 휴.
(그러나 인터넷 쇼핑은 힘이 안드네.ㅋㅋㅋ)
내일이 월요일인데 의외로 가볍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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