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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아이의 하루

새빨간꿈 2015. 12. 15. 08:48




아침 9시에 등원해서 오후 5시 반쯤 하원할 때까지,

아이는 내가 모르는 생활 속에 있다. 처음엔 이 점이 엄청 불안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지금은 불안보다는 궁금증이 더 큰 것 같다.


평소 아이는 나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나는 이런 저런 집안일을 하면서 듣느라 실은 아주 집중해서 듣지는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같이 깔깔 대기도 하고,

제법 심각한 이야기를 해서 둘이 머리를 조아리기도 한다.


저 사진은 11월 30일, 나들이를 갔다가 찍은 사진이다.

이 날 저녁에 아이는 나에게, "무지개 다리에 갔는데, 바람이 엄청 많이 불어서, 너어무 추웠어!" 했다.

나는 아이의 "추웠다"에 마음이 쏠려서는, 

정말? 얼마나 추웠어? (옷을 너무 얇게 입혔나? 감기 걸리면 어쩌지?) 하고 물었는데, 

이 사진을 가만히 보니, 아이에게 그 경험은, '얼굴을 때리는 엄청난 바람'이었나 보다.

그건 춥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을텐데.


바람을 맞으며 싱긋 웃기도 당황하기도 한 아이의 표정이 마음에 든다.

나도 어느 순간 저런 표정을 지으며 낯선 경험에 발을 딛였겠지.

내가 모르는 아이의 하루동안, 아이는 저렇게 낯설고 새롭고 인상적인 경험들을 쌓아가겠지.

나는 아이를 통해 그 순간들을 만나게 될 거고.


아이는 나의 부속물도, 나에게 의지해 살아갈 존재도 아니다, 라고 머릿 속으로 알고 있지만,

아이가 만나고 있고 만들어가고 있는 그 엄청난 우주에 대해서는 상상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내 짐작이나 상상 밖에서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겠지.

그래서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로부터 배우고 그러면서 같이 자라는 존재, 라는 걸

가끔은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