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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잠자리에 누워 '이야기(잠들기 전에 반드시 해줘야 하는)'를 해달라는 아이에게
루시드폴의 동화 '푸른 연꽃'의 일부를 이야기해줬다.
버섯을 따러 깊은 숲에 간 아이가 길을 잃고, 올무에 다리를 다친 너구리를 구해준 후,
너구리의 도움으로 귀가한 이야기.
결말을 듣고 아이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나도 아이따라 잠들었다.
사실 '푸른 연꽃'의 결말은 반대다.
아이는 길을 잃고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어스름 해가 질 무렵, 그 결말을 읽고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아이가 겪은 모험은 실은 하늘나라로 가는 길에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나는 왠일인지 아이가 당연히 집으로 살아돌아갈 줄 알았다.
당연히 일어나야할 일이 일어나지 않은 황망함.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들이 별이나 꽃이 되듯,
아이는 집 마당 우물 속에 핀 연꽃이 되어 엄마를 다시 만난다.
엄마는 그것이 아이인 줄은 모르지만, 오래오래 연꽃잎을 만진다.
깊은 슬픔 속에서도 엄마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이 그렇게 엄마들의 마음 속에 꽃이 되어 피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은 파란색 앨범 표지를 갖고 있다.
동화 제목도 '푸른 연꽃'이다.
파아란 바다색.
아직도 진행 중인 아픔.
작지만 분명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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