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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의 여자들.

새빨간꿈 2009. 1. 30. 07:10



어제 오후엔 <어떤 나들이>를 읽었다.
도서관에서 '박완서'를 검색어로 찾은 책이다.
야금야금 그의 소설집을 하나씩 읽는 습관, 한 오년쯤 되었나.

박완서 소설은 나에게 어떤 치료제이다.
깊은 우울 안으로 나를 데려갔다가 정신을 퍼뜩 차리게 한다.
그건 소설들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이상하고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세상 욕망의 네트워크 밖에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이 이상하고 불안한 것은 너무나도 세속적인 욕망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세속적인 욕망은 언제나 성취되지 못한다.
박완서는 그 당연한 사실을 건조하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청산유수의 아줌마일 줄 알았다.

<어떤 나들이>는 1971년 9월 [월간문학]에 발표된 단편이다.
초가을, 더이상 가족들에게 돌봄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딱 초가을의 나이인 그녀는
부엌 찬장 안 깊숙히 넣어두었던 소주 한 병에 취해 서울 거리를 헤맨다, 술냄새를 퐁퐁 풍기면서.
술기운이 깰 때쯤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제자리.
성취 불가능한 욕망은 제자리에서 순환될 뿐이다.
아프지만 그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