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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의 주제는 외로움인가. 이 주제를 겪고 고민하고 묵혀야지만 이 겨울을 날 건가.)


간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어떤 한 장면이 떠올라서 또 사무치게 외로워 혼자 징징 울다가, 

한강의 단편 [에우로파]를 읽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하필 가장 센 한파가 몰아친 날 만났던 그녀들은 모두 외롭다,고 했다. 나는 별로 외롭지 않다고 했었는데, 

그 말을 하고 돌아온 밤, 나는 외로움에 깊이 빠져들어 혼자 징징 울었던 거다.

근데 신기한 건, 그렇게 울다가, 소설을 읽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잠은 또 가뿐하게 잘 잤다.ㅎ


아이는 오늘 마음이 좀 허전한지, 출근한 나에게 (동거인 전화기를 통해)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에게 오늘도 많이 웃고 즐겁자, 하고 말을 건내려다가 또 울음이 훅 나올 것 같아서 참았다.

대신 좋은 하루 보내자! 했다. (아이도 나처럼 외로운가, 이건 그냥 내 착각이겠지.)

그래도 내가 지금 외로움에 빠져있어서 허전한 듯 느껴지는 아이 목소리에 마음껏 반응하고 공감해줄 수 있어 다행이다.


외롭다는 그녀들과 이제 더 자주 만나기로 했다. 가까이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외로움을 모두 달래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어떤 주말 저녁들을 보내다 보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좀 가벼이 다루게 되지 않을까.

외로운 그녀들이 내 친구들이라 다행이다. 그녀들에게 부비대며 위로 받을 수 있어서 좋다.


한강의 [에우로파]가 좋아서, 검색을 했더니 신형철 평론가님의 글이 눈에 띠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3373.html

신형철이 인용해놓은 한강의 소설 어떤 구절: "누구의 비난도 믿지마."

천천히 읽으니 위로가 된다. 이것도 다행이다.


오늘은 다행일 것이 많은 날.

외로움과 위로가 같이 있어서 다행인 날.

추워도 조금은 든든해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