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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시작하는 연구의 계획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버스로 두 정거장쯤 떨어진 건물에 있는 안과에 다녀왔다.
늦은 오후지만 여전히 더운 날 차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오는 길,
오직 그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걸었다.
점심시간에 잠시 수다를 떨다가 N은 나에게 "희생하지 마세요" 했다.
그녀의 눈에는 연구도 육아도 (너무) 열심히 하는 듯 보이는 내가 안쓰러웠던 거 같다.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어요, 하고 웃었는데. 그 말이 마음에 남았나보다.
그 더운 길 위를 걷다가 문득, 그럼 열심히 하지 않아야겠다, 마음 먹는 순간
두려워졌다.
엄마에게,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나는 "잘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재미있는 사람, 예쁜 사람, 마음이 따뜻한 사람, 유쾌한 사람이 아니라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래서 뭔가 잘 하는 사람.
그래서 열심히 하지 않는 나는 나에게 내가 아닌 것만 같다.
대충 일하고 결과물도 심상찮은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내가 아니다.
연구도 열심히 하고, 육아도 열심히 하다보니,
체력이 딸린다. 무더위에 종일 종종대다 보니 저녁이 되면 무섭게 피곤하다.
어제 그제는 극심한 피로 속에서 화가 났다가 짜증이 났다가
저녁 시간을 보냈다. 어제와 오늘 아침 시간도 그랬다.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간에 나는 계속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천십육년 상반기가 이제사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챙겨줘야할 것 같은 타이밍.
다행이다, 금요일이라서.
(간만에 듣는 팻 매쓰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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