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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어제 수술한 ㅅㄴ 언니의 병실에서 간병인 자격으로 곁에 있었어요. 물론, 환자가 무척 건강해서 나도 옆에서 쿨쿨 잘 잤어요. 잠자리가 바뀌면 잠 못 들던 고약한 습관이 어느새 고쳐졌는지, 가로로 50-60센티 정도의 좁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피곤한 몸에 잠은 달디달더군요. 물론 간병인답게 간간히 눈을 뜨고 환자의 안녕을 확인하곤 했어요. 언니가 숨을 고르게 쉬고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잠이 들기를 몇 번 하고 나자 새벽이 되었습니다. 병원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칫솔질을 하고 휴게실 창으로 멀리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어요. 간단히 맨손 체조를 하고 병실로 돌아오는 길, 지금 이 순간, 이 병원에서도 삶과 죽음이 오락가락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죽어가고 누군가는 그 죽음에 통곡하고 또 누군가는 조용하고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이 순간. 왠지 그 순간을 좀 오래 기억하고 싶어졌습니다.

ㅅㄴ언니의 유방에 있었던 선종의 종류는 악성이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선종 제거 수술은 잘 되었고, 전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젊은 남자 의사는 담담히 말하더군요. 그래도 그 '악성'이라는 발음에, 다소 많았던 방문객들로 조금 수다스러웠던 우리들은 얼어붙었습니다. 그 자리에선, 또 어젯밤 내내 언니 곁에서, 그 '악성'이라는 말의 무게를 덜어내려고 무진무진 애를 썼는데, 집에 돌아와 혼자 있었던 오늘낮 내내 내 마음은 아래로 가라앉기만 합니다. 언니의 눈가가 젖어들면서 얘기했던 그 '두려움'이 내 마음에도 들어와버렸나 봅니다. 그래도 이 시간들을 잘 지나갈 것이라는 걸 믿어요, 그러니 그 믿음으로 두려움을 조금씩 덜어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