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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불타던 불판 위의 온도가 사그라들고 있는 것 같은,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날들이다. 금요일 밤, 맥주 딱 두 잔에 취해서 느즈막히 집에 들어와 씻고 잤는데, 에어컨을 안켜고 잘 수 있었다! 우리집 마루에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이 있는데, 거기서 자다가 새벽엔 추워서 소파로 기어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더위가 언제까지 가는 건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는데, 결국은 계절은 바뀐다. 이 진리를 왜 늘 모를까. 아님 모른 척 하면서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게 인간의 숙명인가.
금요일 저녁에 "독특한" 나를 친구로 삼고 싶었던, 마찬가지로 "독특한" 그가 길거리에서 사준 도자기 풍경을 잠 자는 방 창틀에 걸어뒀더니, 계절이 바뀌느라 열심히 부는 바람에 종소리를 낸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박자를 맞추듯 띵- 띵- 띵. 어디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 풍경 소리.
아침에 (고작 맥주 두 잔으로) 숙취 때문에 골골 하다가 자전거 타고 광교산 입구까지 다녀왔다. 눈여겨 보지 않은 곳에 절이 있어서 대웅전 들어가 삼 배 하고 약수도 얻어마시고 내려왔다. 키 큰 나무들과 아침 볕, 비오듯 줄줄 흐르던 땀. 달콤했던 아침 시간.
낮엔 하늘이 너무 예뻐서 또 자전거 타고 집에서 좀 떨어진 까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고, 시야가 뻥 뚫린 운동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볕은 뜨겁지만 바람은 불고 구름이 저렇게 예쁘니,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분주해도, 이걸로 다 됐다, 싶었던 한낮. 시간은 내 편이고, 앞으로 펼쳐질 날들의 주인은 나. 단순한 사실인데, 자꾸 까먹지, 이것도. 인생은 별 게 아니고, 내 인생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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