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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엄마 일기

엄마 노릇

새빨간꿈 2019. 3. 6. 23:55
아이를 재우려고 토닥이는데 내 품을 파고들며 말한다, 엄마가 좋아. 너무 라거나 참 같은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지만 다섯 글자가 깊이 나에게 와서 스며든다. 엄마가 좋아.
응, 나도 니가 좋아, 하고 답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엄마가 좋았다.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그립고 반갑고 편안하고 좋았지. 나도 그런 엄마가 되었네.

그러나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에게 뭔가 요구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와 같이 있는 게 편치않은 건 당연한 일이지. 더 좋은 엄마가 되려 할 수록 그 시간이 어려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게 되니까. 어젠 그래서 힘들었고 좋은, 을 내려놓으려 했던 오늘은 그래서 좀 덜 힘들었다. 애쓰지 않고 공존하는 법을 조금씩 더 배워간다. 이런 생각이 들 땐 괜히 시간이 지나가는 게 아쉽다.

오랫동안 좋은 엄마가 아닌 것에 대해 수치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수치심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고. 그 시간들이 억울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야.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삶을 산다, 우리는. 서로를 깊이 좋아하는 인연으로 만났으니 이 시간을 아낌없이 누려야지.

입학식 다음날 아침, 혼자 교문에서 교실이 있는 건물까지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아이의 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긴장한 어깨와 팔, 낯선 공간을 오직 목표점을 찾아 빠르게 걷는 두 다리, 아이 몸에 비해 너무 큰 가방. 뛰어가서 도와주지 못하고/않고 나는 그냥 바라봐주기만 했다. 그게 아이를 위한 최선이라는 것, 그게 엄마의 역할이라는 걸 눈물 핑 돌며 서서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순간, 나는 그저 나를 떠나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겠지. 그 때마다 이게 엄마 역할이지, 하며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이 나에게 주어지길 바랄 뿐.

나는 나의 삶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바라봐주는 것. 이게 엄마 노릇이지. 살펴주고 알아주고 필요할 때 안아주는 것. 이게 내 노릇의 전부다, 하고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