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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환대

새빨간꿈 2019. 10. 29. 23:53
회사 근처 시장에 콩나물국밥집이 하나 있다. 언젠가부터 거기 혼자 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오곤 하는데 갈 때마다 주인 아줌마가 알은 체를 하며 맞아준다. 비오는 날엔 우산도 빌려주고 밥 먹고 나설 땐 혼자 걸어가려면 먼 길이라며 걱정도 해주신다. 오늘은 김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떼우려다가 여차저차 예정에 없는 발걸음을 했는데 국밥도 맛나고 맞아주는 주인 아줌마도 반가워서 기분 좋은 점심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누가 나를 환대하나 싶다. 끼리끼리 친할 땐 그 관계 안에서 서로 맞아주고 반가워해주곤 했던 것 같다. 올해 초부터 그 끼리끼리 관계라는 게 얼마나 얄팍했던지 깨닫고 상처받은 마음으로 웅크리며 혼자 있기를 택하고 나서는 내가 출근을 해도 안해도 무관하기만 한 듯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외롭고 쓸쓸한 시간들을 보내왔다. 언제든 나를 맞아주는 사람. 옅은 감정이라도 내 존재를 느껴주는 사람. 이런 존재가 나에게도 또 그누구에게도 언제나 필요하다는 걸 새삼 알게되는 날들이다.

매일 저녁을 차려주시는 시어머니가 나를 맞아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은 퇴근길이 고역이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므로 혹은 조금 더 양질의 식사를 해야하므로 피하지 못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는 주인 눈치보는 강아지처럼 공기를 살피고 분위기를 좋게 만드려고 애를 쓰곤 한다. 나를 환대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기술은 뭘까.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일일까.

웃으며 나를 반기는 사람을 만나 오래오래 함께 따뜻하고 싶다. 지친 내 어깨 도닥여주고 머리 쓰다듬어 주는 사람. 어쩌면 모성 이데올로기 속 엄마는 그런 존재의 원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없는 엄마 찾아헤매며 이 결핍 속을 허우적 거리는 중이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