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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신지 1년. 어쩌면 꽤 괜찮은 컨디션으로 견뎌왔던 건지도 모른다. 지난주부터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내내 슬펐는데, 오늘은 덜컥 겁이 난다. 설명절이라 안부 인사를 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안받으시길래 무슨 일인가 두려웠고, 위급해지신 건 아닌가 생각이 미치니 몸이 아플 정도로 겁이 났다. 다행히 곧 통화는 되었는데 초저녁에 다녀온 동생 말에 의하면 병색이 완연하단다. 겁이 난다. 아버지의 죽음을 닥칠 준비가 나에겐 안되어있는데.

아마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대구로 내려가 엄마의 죽음을 알고 바닥에 쓰러져 호흡이 잘 안되어 헐떡였던 그 순간부터의 고통이 다시 몸으로 기억되는 것인지도.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흘러도 고통은 지겹게도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어젯밤 나는 고통도 지나가면 되는 거라고 씩씩하게 썼는데 그거 다 허세였던 것 같다. 다시 벌벌 나는 두렵고 겁이 난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닥뜨릴 자신이 없어. 멀리 혼자 도망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