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로가 잘 안풀린다. 한달 정도 달렸고, 그런 만큼 하루쯤, 지혜롭게 쉬었으면 좋았겠지만, 월-고량주, 화-칵테일소주, 수-막걸리,로 삼일 내내 늦게 귀가.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닌데, 저녁+술자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늦게 잠들고 운동도 거의 못한 채 2주 넘게 이렇게 견디고 있는. 오늘도 내내 찌부등. 오전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겠더라는. 2. 초고를 써서 제출하고, 리듬이 뚝, 끊겼다. 심사 일정을 잡고 원고를 수정하고 제출 전까지 또 수정하고... 이런 과정들에 지레 겁먹기도 했고. 더 깊은 곳에선 박사(혹은 백수)가 된 이후의 삶에 대한 어떤 막연한 불안 같은 게 있었던 듯. 점심 때 이 불안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하고 나니 나아졌다, 물론 말끔해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실체 없는 어떤..
2011년 5월 17일 화요일 오늘 점심 시간은 좀 특별하다. 도서관 계단 아래 쪽, 사범대 노래패 '길'의 공연 모습을 멀찌감치서 본다. 점심을 먹고 자하연 앞으로 와서 문화 인큐베이터와 아름다운 가게의 바자회 구경을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오월 십팔일. 천구백팔십년 오늘,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과방의 작은 티브이로 끔찍한 영상을 보았던 게 언제쯤이었을까. 일학년 봄이었으니 그것도 벌써 십오년 전 일이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대학생들은 더이상 데모를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열심히 동아리 공연을 준비하고, 세미나 커리큘럼이 수업 텍스트보다 더 중요하고,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있는 선배를 면회가고, 혁명의 역사를 읽으며 가슴 두근거리던 대학생이 시간강사가 되어 교육과 불평등과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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