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이미지
남동생은 어릴 때 통통했고, 사춘기 이후엔 좀 말랐고, 서른이 넘으면서는 살이 무진 쪘다. 스무살 즈음, 내가 서울로 진학하면서 집을 떠나와 그 때부터 동생과 떨어져 살았으니 내게 익숙한 건 마른 몸의 내동생. 그래서 내 머릿 속 동생의 몸 이미지는 골격이 좀 큰, 그러나 마른 남자이다. 어느날, Y가 뚱뚱한 삼십대 남자를 가리키며, 내동생이랑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상상 속 이미지는 현실과 이렇게 다르구나. 가끔, 거울 속 내 몸을 보고 놀라곤 한다. 특히 샤워할 때 정면을 응시하면서, 아 맞다, 그렇지, 한다. 아주 느린 속도로, 지난 수개월동안 천천히 불어난 배와 허리와 엉덩이와 허벅지. 아직 내 머릿 속 내 몸의 이미지는 허리와 배 부분이 얇은, 키가 작은 어떤 여자의 모습인데, ..
그물에걸리지않는/황홀한일상
2012. 5. 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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