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 주연, The Tai-Chi Master(1993) 1. 간만에 많이 잤다, 푹 자고 일어난 후의 기분. 이런 거였구나, 좋다. 2. 식탐이 좀 멈췄다. 여전히 앞에 놓인 음식은 마구 먹지만, 음식을 구하러 다니진 않는다. 먹는 거에 대한 적극성이 좀 떨어진? 그나마 좀 낫다. 3. 간밤에, ㅇㄴ 블로그의 포스트를 보고선, 권여선의 를 후루룩 읽고 잤다. 권여선의 소설은 로 부터, 질척이고 꿉꿉한 내 정서의 어떤 부분과 이어져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이어진 얇은 끈으로부터 나를 본다. 여기, 몇 구절 인용해놓고 싶을 정도. 4. 지난 일요일 밤, SBS 스페셜, 무림의 고수 편 관람. 태극권 왕초보 훈련자로서 왠지 어깨가 으쓱!ㅋ 마셜 아트라는 거, 얼마나 매력적인 건지. 반복하여 몸을 단련하는 과..
사랑을 믿는다는 해괴한 경험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퇴치하거나 예방할 수 없는, 문이 벌컥 열리듯 밖에서 열리는 종류의 체험이니까. 두 손 놓고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니까.(13) "보잘것 없는 것들이 상황을 바꿔놓거든. 거의 뒤집어놓는다고도 할 수 있지."(22) 나는 그녀가 낯선 여자들과 마주 앉아 있는 동안 그녀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녀 또한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게 무엇이든 어디 보자 하고 덤벼들면 보잘 것없는 것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를 바꿔놓았다는 것은 분명했다.(28)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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