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길어 어둠이 오려면 아직도 멀기만 한 저녁, 얼굴과 이름만 아는 한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삶의 도처에 죽음이 있다는 진리를 새삼 피부로 오소소 느낀다. 문득,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내 것으로 남는 건 뭘까, 라는 의문문을 떠올려본다. 내 육신 조차도 내 것이 아닌 채로 묻히거나 태워지거나 썩어버리는 걸 생각하면, 아무 것도 남을 것 없는 삶이라는 게 깔끔하기도 하고 덧없기도 하다. 예상했든 아니든 죽음의 순간이 오면, 그 마지막 순간에, 나는 무엇을 붙잡으려고 할까, 가져가보려고 안달할까. 기억, 일 것 같다. 나의 뇌에 남아있는 어떤 순간들의 이미지들, 냄새들, 촉감들, 소리들. 유사 죽음을 체험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와 같이, 어떤 영상이 순식간에 나의 뇌에서 필름처럼 돌아갈 수도 있겠..
늦지 않은 밤, 세미나 뒷풀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마을 버스를 탔다. 종일 이것저것 하느라 오후부터 피곤해진 몸과 세미나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머릿속, 방금 전까지 세미나 멤버들이랑 나눴던 대화의 파편들이 드문드문 기억나는 귀가 시간. 집으로 돌아가면, 넓지는 않지만 내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도착해 대충 손을 닦고 티비를 켜면 며칠 전부터 새로 관심이 생긴 드라마가 시작할테다. 검은 밤하늘과 바람에 흔들거리는 나뭇잎들이 가득한 가로수, 그리 밝지 않아 좋은 가로등 불빛. 그 길을 지나 집으로 가는 마을 버스 속에서, 어느 순간, 나는, 그 순간이 문득 낯설어졌다. 내가 기억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예상하는, 그 순간의 시공간이 낯설어진 거다. 그리고 퍼뜩, 인터넷 뉴스로 전해들은,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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