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많이 자랐다. 내일로 꽉찬 20주가 된다. 뒤집기도 곧잘하고 범보 의자에 잘 앉아있는다. 누워서 보던 세상과 다른지 엎드려있거나 앉아있을 때 호기심이 가득한 눈이 된다. 감정 표현이 다양해졌고 표정이 훨씬 다이내믹해졌다. 노래를 불러주면 웃고, 장난을 걸면 그게 장난인 줄 알고 반응한다. 지난 주 월요일엔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한참 아기 옆에 누워 같이 장난을 쳤다. 내가 하는 말도 조금이지만 알아듣는 것 같다. "쮸쮸 먹을까?" 하면 끙끙 앓듯이 우는 소리를 낸다. 누워있는 아기에게 아기띠를 가져가서 "엄마가 안아줄까?" 하면 싱긋 웃는다. 우는 것 말고는 아무 표현도 못했던 아기가 웃고 표정을 찌푸리고 다양한 소리를 내고 노래를 알아듣고 나와 장난을 친다. 이렇게 ..
나는 성장소설이나 성장영화를 좋아한다. [개같은내인생]에서 주인공 남자애는 눈이 다 붓도록 밤새 엉엉 울지만, 아침에 일어나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광장에서 혼자 씨익- 웃는다. 아마 그 애는 그 웃음을 딛고 성장할 것이다, 자랄 것이다. 예전부터 내 일기는 늘 계몽적인 결말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이 아니라 내일, 조금 더 성장할 나를 꿈꾸는 건, 어쩌면 필사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을 절망하거나 다음 순간을 회의적으로 보면서 살아내는 건, 계몽적인 다짐에 비해 더 힘이 들테니깐. 노희경의 드라마가 좋은 건, 상처가 버얼겋게 드러나면서도, 주인공을 비롯한 드라마 속 사람들이 조금씩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는 이제껏 몰랐던 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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