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깎기
올여름에도 제모할 때마다 이걸 깎아?, 말아?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그러셨다, 항상 접혀있어서 살들이 부대끼는 곳에는 털이 나기 마련이라고. 그래야지 땀과 같은 분비물이 나와도 살이 짓무르지 않고 냄새도 적게 나는 거라고. 그러니 쓸데없이 면도하지 말고 당당히 털 드러내고 다니라고. 내 친구 ㅅㅌ은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은 채로 끈나시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가 미친* 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그녀는 웃었다, "내가 털을 깎든지 말든지 지네가 무슨 상관이야!" 하고 호탕하게 외치며. 미시적인 부분까지 감독하고 규율하는 권력일 수록 나 자신에게 깊이 내면화되어 있는 법. "필요하니 나 있는 털을 깎으면서까지 남의 눈치 보고 살아야하는 거야?" 라고 묻는 자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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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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