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사범대 노래패 이름이 '길'이었다. 나는 인문대 노래패 소속이었지만, 우리가 노래도 잘하고 공연도 더 잘했지만, 나는 그 이름이 늘 부러웠다, 길. 뭔가 주장하거나 소리지르지 않고도, 그 과정만으로 아름다울 것 같았던 이름이라 여겼던 걸까. 대학을 졸업하고는 늘, 여행을 가고싶어 안달이었다. 일상의 막막함, 답답함, 숨막힘, 뭔가 아닌 것 같은 그 느낌을 벗어나는 좋은 방법, 그것은 일상을 떠나는 것, 그러나 안전하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식으로 떠나는 것, 여행이었다. 그 바람 덕분에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적은 돈으로 훌쩍 다녀올 좋은 기회가 종종 생기기도 했고, 시간만 나면 떠나고 싶어서 들썩거리다 보면 기회들이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여행을 떠난지 어느새 육개월이 훌쩍 넘었고,..
토론토 생활 백구일째 _ 2010년 3월 7일 일요일 돌아왔다. 이박삼일 예정으로 떠나선 칠박팔일만에 돌아왔다. 밤새 달려온 버스가 버팔로에 정차했을 때, 선잠을 자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이제 집에 다왔네... 그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영상은 남부순환도로 낙성대 사거리 근처. 새벽녘의 그 거리는 차고 한적했다. 저 길을 따라 가면 봉천동 내 집에 다다른다, 뜨끈하게 보일러 켜 놓고 한 숨 더 자야지, 하다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 귀가 중인 '집'은 토론토의 내 방이구나, 하고. 열시간만에 버스는 토론토에 도착, 아침 9시부터 다니는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느라 다운타운의 브런치 식당에 가서 아침 식사. 사람 버글 거리는 대도시 뉴욕에서 여기 돌아오니 한산하고 조용하고 작고 익숙하다. 여기도 집이구..
토론토 생활 구십일일째 _ 2010년 2월 17일 수요일 아침에, 아직 여독이 안풀린 몸으로, 늦잠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편하다. 그냥 편한 게 아니라, 편안하다. 집에 왔다,는 기분. 아침 지어 먹고 학교 갔다 귀가하니 다시 시작하는 일상의 싸이클이 반갑다. 이제 겨우 구십여일 지났는데, 어느새 여기가 '집'이 되었구나, 싶다. 학교에 앉아있는데 피곤해서인지 몸에서 열이 막 났다. 후딱 집에 들어와 쉬고 싶었는데, 그래도 견뎠다, 그러다보니 보려고 했던 아티클 한 편 다보고, 저녁도 먹고 장도 봐서 집에 오니 조금 멀쩡해졌다. 불교에선 집을 갖지 말고 유행(遊行)하라,고 한다. 내가 해석하기론 목숨이나 음식, 잠, 관계에 대한 욕망 만큼이나 질기고 강한 게 내가 사는 '집'에 대한 욕망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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