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구십삼일째 _ 2010년 2월 19일 금요일 _ 이 스킨, 대충 고른 건데,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든다. 옷이나 신발도 이런 경우가 있다. 며칠 걸려 고른 옷 중엔 잘 안입는 것들이 있기도 하고, 별 기대없이 후딱 사버린 걸 오래오래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도 있고. 토론토 와서 사 신은 방한-방수-미끄럼방지 부츠도 십분 만에 구입한 건데 참 편하고 이뻐서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든다. 의도한대로, 예상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거, 어쩌면 이게 삶의 매력적인 부분인지도. _ 오늘 점심에, 바르셀로나에서 왔다는 Rita 와 두번째 식사를 함께 했다. 지난 번 만났을 때, 한국 음식 먹어봤어? 내가 데리고 갈까? 했는데 그게 오늘 메뉴가 됐다. 크리스티 역 근처 한국음식점 데려가서 조금 매운 순..
토론토 생활 칠십구일째 _ 2010년 2월 5일 금요일 _ 금요일 오후 운동 끝나고 씻고 나오면 체력이 완전 바닥난 기분이 든다. 일주일간의 피로가 어딘가 잠복해있다가 그 순간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은. _ 영어를 잘 못하는 나를 볼 때마다, 내가 한국어에 얼마나 능한지 알겠다.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그 세세한 감정들과 의미의 깊이들. 태어나서 지금까지 갈고 닦은 그 한국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살기 위해서라도, 내 삶에 이민 같은 건 없을 듯.ㅎ _ 영법 중에는 물의 표면에 떠서 발장구 치고 손과 발로 물을 끌어당겨 얼른 앞으로 전진하는 방법들도 있지만, 물 속에 가만히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가를 반복하는, 몸의 긴장을 빼고 물에 나를 맡기는 잠영도 있다. 그러다가 깨닫기도 한다, 내 몸의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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